"편집국 의식 말고 게릴라다운 글 써 달라"

[시민기자 편집위] 서명숙 신임국장과 간담회

등록 2005.05.20 06:21수정 2005.12.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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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마이뉴스 3층 사무실에서 제2기 뉴스게릴라 편집위원회 1차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은 오마이뉴스 신임 서명숙(48) 편집국장 간담회로 진행됐으며, 김대홍 김정은 김혜원 나영준 이봉렬 이준희 전진한 최성수씨 등 편집위원 8명과 성낙선 뉴스게릴라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서 신임국장이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하고 편집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89년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입사,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올 5월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으로 부임한 서 국장은 오마이뉴스에 대해 "강한 흥미, 일정한 지지, 일정한 아쉬움" 등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a 지난 18일 있었던 서명숙 신임 편집국장과 뉴스게릴라 편집위원들간의 간담회 장면.

지난 18일 있었던 서명숙 신임 편집국장과 뉴스게릴라 편집위원들간의 간담회 장면. ⓒ 오마이뉴스 조경국

이후 시민기자 제도에 대한 입장,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견해, 최근 오마이뉴스의 속보성 둔화, 선택과 집중에 대한 철학, 중점 화두, 조회수와 원칙, 진보언론과 연대, 청소년층 독자를 끌어들이는 방안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편집위원들은 "언젠가부터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백화점식으로 흐르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서 편집국장은 "백화점식 보도는 지양하겠다"며 교육이나 여성과 같은 새로운 화두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또 서 국장은 조회수뿐만 아니라 기사의 가치도 함께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기사라고 여겨지면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시민기자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시민기자들의 기사는 체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굉장히 진솔하고 그런 만큼 독자들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다"며 "편집국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검열을 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간담회 주요 내용이다.


"뉴스게릴라처럼 언론 활동, 시민기자 맘 잘 알아"

a 간담회 중인 서명숙 신임국장

간담회 중인 서명숙 신임국장 ⓒ 오마이뉴스 조경국

- 오마이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기자 제도다. 시민기자 제도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혀 달라.
"시민기자제라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놀랍다. 나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비슷한 조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창간 초기만 해도 '시사저널'이라고 밝히면 대부분 '뭐요? 영어잡지인가요?'라고 반응했다. 당시 주간지에 대해서는 정치 가십을 다루거나 옐로 페이퍼라는 인식이 강해서 매체에 대해 한참 설명하고 난 뒤 취재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출입처에 가서도 비슷했다. 당시 정당 출입 기자들은 당직자를 비서처럼 부렸는데 야근을 하고 나면 대변인실 부장이 기자들에게 새 양말을 챙겨줄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가면 보도자료 하나 주지 않았다. 재경부 취재를 하던 동료 여기자가 일간지 기자들에게 노골적으로 모욕을 받고 등을 떠밀리기도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좋은 기사를 써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런데 내 인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세상에는 보도하는 사람(기자)과 읽는 사람(독자)이 분명히 나눠져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오마이뉴스 기사를 봤을 땐 '이게 기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완성도에도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지켜보면서 발상의 신선함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상당한 강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시민기자는 장점이 많다. 인맥이나 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 각을 세우고 선명하게 쓸 수 있다. 지방 언론들이 담합해서 안 쓰는 기사도 오마이뉴스는 쓴다. 그래서 지역에선 오마이뉴스를 많이 의식한다. 문제는 누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지 모른다는 거다(웃음). 시민기자는 진짜 게릴라다. 어디서, 누가 총을 쏠지 모르니까.

사회 기사에서도 그런 장점이 있지만, 사는 이야기는 시민기자가 장점을 잘 발휘하는 분야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에도 안 가 봤고 (학부모들과도) 교류가 없었다. 그래서 '사는 이야기'를 보면서 크게 도움을 얻었다. 그뿐이 아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게 되었다니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앞으로 있을 개편에서도 '사는 이야기'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 시민기자의 기사에 대해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하는 지적도 있다. 지난 15일 동안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시민기자 기사의 질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아마추어리즘이 있긴 하지만 '대단'한 글도 많다. 사실 보도나 고발 기사, 평론에서 아마추어리즘은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다른 장르의 기사에서는 미덕일 수도 있다. 상근 기자와 시민기자의 컬러가 똑같은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조회수는 고민된다. 완성도와 아이템은 좋은데 의외로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는 기사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편집자로서 참 고민된다. 좋은 기사가 많이 읽히는 게 가장 좋은데…. 앞으로 좋은 기사는 조회수 의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밀 계획이다."

- 신문은 제때 나오는 게 중요하다. 일간지가 시간 못 맞추면 난리가 난다. 요즘 오마이뉴스가 느려지거나 서비스가 되지 않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그것도 종종 일어났다. 모든 게 가난해서 벌어지는 문제다. 시스템을 보완해야 하는데 여건상 그러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다. 최근 사이트 개편을 시도했다가 다시 원래 화면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서도 질타가 많았다. 회사 차원에서 몇 달 전부터 추진해온 일인데다 독자들에게 약속한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적한 대로 아마추어리즘이 맞다. 재정 문제를 포함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다."

- 오마이뉴스의 운영 방식을 '상근기자와 시민기자의 환상적인 결합'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기자게시판 글을 보면 불만 글들이 많다.
"최종 편집 과정에서 시민기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을 담당하는 뉴스게릴라본부는 상근이지만 '내부의 시민기자'나 마찬가지다. 시민기자가 (편집에) 참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이번 개편에서 그런 문제를 보완할 장치를 하나 만들었다. 독자들의 클릭으로 톱 기사 후보를 추천하는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자칫하면 포탈처럼 흥미 위주의 기사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지만,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건강성을 믿고 일단 시작하려고 한다."

"연합뉴스화 된 오마이뉴스 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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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조경국

- 초기 오마이뉴스는 '선택과 집중'을 잘 구현하는 매체였다. 요즘에는 그런 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몇몇 진보매체와 비교했을 때도 오마이뉴스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덩치가 커지면서 기자들도 많아졌다. 그 기자들이 출입처 중심으로 취재하면서 출입처에 매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의 관심사보다는 출입처에서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식으로 가다 보니, 독자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일간지나 방송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인원이 부족한데 연합뉴스처럼 모든 사안을 커버하고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났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기자는 늘어나는데도 오마이뉴스만의 컬라를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하고 차별성 있는 기사는 오히려 줄어드는 이상현상이 빚어진 게 아닌가 싶다.

다시금 '선택과 집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출입 기자는 매일 일어나는 일정 따라가기도 벅차다. 앞으로는 '오일 게이트'처럼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출입처에 구애받지 않고 과감하게 기자들을 배치해 집중 보도를 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는 백화점식으로 가면 승산이 없다. 다른 매체를 이용할 것은 이용하고 주력할 곳은 확실히 주력해야 한다.
"동감이다. 시기 시기마다 집중해야 할 한 가치가 있는데, 지금은 그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본다. 두발 제한 폐지, 내신 관련 촛불집회 등 최근 사태에 대한 반응에는 10대들의 억압과 분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 문제도 중요하다. 내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여성들의 인적 진출이 늘고 있고, 여성 인력이 사장된 자원이란 점에서 중요하게 본다."

- 교육과 여성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시민기자들을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교육 기사는 현장의 선생님들이 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
"올해부터 시민기자를 담당하는 뉴스게릴라본부 내에 취재지원부가 만들어졌다. 기획 생산, 취재 지원 등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기자와 교감하는 일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시민기자들이 취재 과정이나 기사를 쓰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 사실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미나 같은 기사보다는 시민기자들만이 쓸 수 있는 생생하고 차별성 있는 기사가 필요하다."

- 오마이뉴스도 10대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도 한가지 방법인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오마이뉴스의 주독자층이 386세대인데 그들 세대가 갖는 관심사만 반영하다 보면, 매체가 그들과 함께 늙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80년대 후반 가장 참신했던 한겨레신문이 불과 십여년만에 낡고 완고한 느낌을 주는 신문이 되어버린 것만 봐도, 매체가 새로운 젊은 독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자기 혁신을 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교육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려는 것도 그 문제가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려니와, 젊은 독자를 지면 안에 끌어들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당대의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서이다. 3,40대에게도 새로운 세대를 만나고 그들의 감수성을 확인하는 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창간 초기에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1318 면'이 있었는데 참여가 저조했다. 교육이나 사회, 문화 등에서 청소년 관련 콘텐츠를 종합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뉴스게릴라는 편집국 의식하지 말고 글 써 달라"

- 최종적인 결과물인 기사로 봤을 때 상근기자와 시민기자는 차이가 난다. 상근기자들의 기준을 시민기자들에게도 적용할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언론 인터뷰에서 '완성도'를 자꾸 강조하니까 어떤 시민기자 부인이 남편에게 이제 당신도 공부해야겠다"고 겁을 주었다더라(웃음). 내가 말하는 완성도는 문장이나 기교가 아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팩트'다.

구체적인 사실이 많이 들어가야 좋은 기사다. 대중적 전달을 목표로 하는 매스컴의 문장은 중등학교 정도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쓰는 수준이면 족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사체의 미덕은 구체적이고 쉽고 정확한 것이다. 사실을 장악하지 못할수록 이론이 많아지고 현란해지고 추상적이 된다.

기교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더 열심히 써달라는 주문이다. 편집국을 의식해서 과도하게 자기 검열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오마이뉴스에서 진보적인 논객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 들였으며 한다.
"칼럼이야말로 폭넓은 사고와 문화적 다양성을, 감칠맛나는 문장으로, 개성있게 펼치면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지면이다. 여러 분야에 걸쳐 좋은 필자들을 섭외하고 있다. 기존의 필자들과 함께, 새 필진이 6월초 사이트 개편에 맞추어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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