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언론계의 큰 변화"

[현장] 한겨레-오마이뉴스 여성 편집국장 취임 축하모임

등록 2005.05.20 11:57수정 2005.05.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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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명숙 <오마이뉴스> 편집국장과 권태선 <한겨레> 편집국장이 19일 저녁 한국언론재단 프레스클럽에서 여성계 인사들과 취임 축하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서명숙 <오마이뉴스> 편집국장과 권태선 <한겨레> 편집국장이 19일 저녁 한국언론재단 프레스클럽에서 여성계 인사들과 취임 축하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온-오프라인 두 진보언론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잇따른 여성 편집국장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가 19일 저녁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렸다. 여성계가 최근 취임한 권태선 한겨레 편집위원장(편집국장)과 서명숙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의 취임을 맞아 축하연을 마련한 것. 타이틀은 ‘We are the sisters, Good sisters'.

"한겨레,오마이뉴스 여성편집국장 동시 임명은 길조"

여성계 ‘맏언니’로 소개된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는 축사를 통해 “어느 분야보다 가부장적인 언론계의 큰 변화로 평가한다”면서 “언론계에서 여성의 자부심을 키워준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한국의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두 언론사에서 나란히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한 점도 뜻깊게 평가했다. 그는 “세상을 여성의 시각으로 본다는 데서 희망을 싹을 틔운다”며 “사회변혁에 큰 역할을 하는 언론인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에 여성 편집국장이 동시에 임명된 것은 길조”라고 덧붙였다.

이어 두 편집국장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 쏟아진 격려에 답사를 했다.

권태선 편집국장은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는데도 이 자리에 선 것은 선도해야 할 한국언론이 더 낙후했다는 걸 증명하는 듯하다”면서 “언론계 소수자로서 변경을 넓혀갔던 선배 언론인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권 편집국장은 “주요 매체 중 처음으로 한겨레가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한데 주요 의미가 있다”며 “여성이 상징하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명숙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선후배들에게 보여준 게 있다면 기자로서 끝까지 살아남아 여성 정치부장, 여성 편집국장이 된 것”이라며 그동안 취재현장에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서 국장은 “앞으로 오마이뉴스가 여성, 동성애자 등 소외된 약자와 마이너리티(소수자)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갖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가게 하는데 일조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우리는 왜 그녀들을 사랑하는가

이후 두 편집국장과 동고동락을 한 남성 후배기자들이 나와 ‘우리가 사랑하는 그녀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들은 선배 기자들과 오래 생활하면서 목격한 숨겨진 일화를 공개해 좌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한겨레에서 첫 육아휴직을 했던 남성기자 1호 권복기씨는 "당시 육아휴직은 권 선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최근 한겨레 제2창간운동 과정에서 발휘되고 있는 권태선 편집국장의 여성주의 리더십을 소개했다.

서명숙 편집국장 소개에는 15년 후배인 문정우 시시저널 편집국장이 나섰다. 문 국장은 “일상생활에서는 허술하고 ‘얼빵’한 서 선배가 일에서만은 자신을 포함해 후배들에게 완벽하길 바랄 정도로 전력투구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엔 여성 편집국장 1호 기록을 세웠던 이옥경 <내일신문> 편집국장도 참석, 두 편집국장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여성운동을 하다 지난 95년 내일신문 편집위원으로 입사하며 언론계 생활을 시작한 이 편집국장은 지난해 7월 종합일간지 최초로 여성 편집국장이 된 바 있다.

‘국민 사회자’로 잘 알려진 최광기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축하연에는 민중가수 윤미진씨가 축하공연을 펼쳤다. 최광기씨는 “오늘 자리는 매체의 수장으로서보다 어렵게 견뎌온 선배에 대한 응원”이라는 말로 지지를 보냈다.

문화세상 이프토피아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미경(문화관광위원장) 열린우리당 의원, 정현백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박옥희 이프토피아 대표, 고은광순 참여정치연구회 상임이사,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신연숙 파라다이스 미디어아트 부사장, <뉴스위크 한국판> 임도경 편집장 등 여성계·언론계·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서명숙 편집국장은

서명숙 편집국장은 <오마이뉴스>의 첫 여성 편집국장이다. 지난 2001년 <시사저널> 편집장으로 취임, 시사주간지 사상 첫 여성편집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57년 제주도 서귀포시 출생으로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마당>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지난 89년 창간 멤버로 <시사저널>로 입사해 정치부 기자, 정치팀장, 취재1부장,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4월 13일 오마이뉴스 3대 편집국장에 내정된 뒤 이틀 뒤 노조 주최로 열린 '평기자와의 토론'에서 평기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임명동의를 통과했다.
권태선 편집국장은

1955년 경북 안동 출신으로 경기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지난 78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80년 전두환 신군부 집권 당시 검열거부 및 자유언론운동을 벌여 강제해직됐다.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다 88년 한겨레 창간과 함께 언론계로 복귀했다. 파리특파원과 국제부장, 교육공동체부장, 민권사회1부장, 편집국 부국장을 거쳤다.

지난 3월 한겨레 처음으로 여성 편집위원장으로 지명된 뒤 같은 달 17일 편집국 임명동의 투표에서 65.3%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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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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