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 DJ 노벨상 기념관 '무리한' 추진 논란

담당 부서도 미정... 김대중 도서관과 성격도 유사

등록 2005.05.21 09:10수정 2005.05.21 20:06
0
원고료로 응원
목포시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기념관을 짓는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사업 성격과 추진 과정, 재정 확보 가능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 16일 삼학도의 옛 목포지방해양수산청 부지 근처에 오는 2010년까지 1만6000㎡, 건평 6600㎡규모의 기념관을 지어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고 발표했다.

a 목포시가 DJ 노벨평화상 수상기념관 건립부지로 발표한 목포삼학도 전경. 현재 공원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목포시가 DJ 노벨평화상 수상기념관 건립부지로 발표한 목포삼학도 전경. 현재 공원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 정거배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사업비 총 300억원 가운데 150억원을 국비로 지원받고 나머지 150억원은 목포시 예산 등 지방비로 확보하겠다는 것. DJ 노벨상 수상 기념사업은 정종득 목포시장이 지난 4월 있었던 시장보궐선거에서 공약한 것이다. 시 당국에 따르면 정 시장은 최근 박준영 전남 도지사를 만나 전남도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시, 담당부서도 미정 서둘러 발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노벨상 수상기념관 건립에 대한 지역 사회의 여론 수렴 절차 없이 목포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목포문화연대 정태관 대표는 "DJ에 대한 역사적 평가 작업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보더라도 중요한 사업인데 어떤 과정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념관에 들여 놓을 전시물 등에 관해 시 당국은 현재까지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사업 담당부서도 정해 놓지 않은 실정이다. 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만 작성했지 업무관장 부서는 총무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무과 관계자는 같은 날 "기획예산과에서 기념관 건립사업 업무를 총무과로 내려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되돌려 보냈다"며 "사업의 성격상 문화예술담당 부서에서 맡아야 한다"고 반박하는 등 내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목포시 한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기념관 건립을 위해서는 사단법인 형태의 기념사업위원회가 구성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목포시 발표대로 하면 새로 지을 기념관에 전시할 DJ 노벨상수상 관련 자료는 지난 2003년 11월 서울 동교동에 개관한 김대중도서관에 이미 전시되고 있다.


기념관 성격 모호, 김대중 도서관과 중복

김대중 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연세대학교에 건물과 자료 일체를 기증해 만들어진 것으로, 노벨상 수상 관련 자료를 비롯해 옥중서신 등 DJ 개인자료와 대통령 재임 시절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따라서 목포에 노벨상 수상기념관을 건립하더라도 연세대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의 김대중 도서관에서 일부 자료를 넘겨 받지 않은 이상 '무늬만' 노벨상 수상기념관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목포시가 부담해야 할 재정 문제다. 목포시는 기념관 건립비 300억원 가운데 국비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150억원은 시 예산 등 지방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목포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유치가 확정된 축구센터(FC)의 경우도 총 사업비 477억원 가운데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12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352억원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축구센터는 빠르면 올 연말 착공 계획을 세워 놓고 있지만 막대한 사업비 부담 문제로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일 정도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또 사업비 1242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1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인 삼학도 공원화 사업 역시 열악한 재정 여건상 부담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까지 국비 지원과 지방비 등을 합쳐 612억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630억원이 예산이 더 필요한 상태다. 그런데 630억원 가운데 국비 7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559억원은 지방비로 확보하게 돼 있어 마찬가지로 시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 사업이다.

전남도, 기념관 건립 추진하다 중단 상태

이런 가운데 DJ 노벨상수상 기념관을 300억원을 투입해 짓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념관이 짓겠다고 발표한 삼학도 부지는 공원화 사업이 추진되면 수로를 만들 구간이어서, 만약 기념관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사업 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한 목포시는 전남도에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전남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도지사님 공약이어서 기념관 건립을 검토했지만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사업과 맞물려 있는 측면이 있어서 지금 당장 추진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며 사업 추진을 보류한 것으로 밝혔다.

역사적 평가 뒤 추진 바람직 여론

이러한 이유로 목포시가 시장 공약 이행을 의식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목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종익 사무국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DJ에 대한 공과와 업적 등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인데도 무리하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칫 지역민들에게 DJ 향수를 자극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도 "사업비 확보도 문제지만 선거 때 약속했던 공약 실천만을 의식해 시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발상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2. 2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3. 3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