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헌사는 장미의 몫"

[사진] 장미의 화원 2005

등록 2005.05.21 14:13수정 2005.05.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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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이면 우리 집의 손바닥만한 마당은 넝쿨장미가 주인이 된다. 겨울 동안 앙상한 가지 사이로 하늘이 숭숭 뚫려 있었던 그 자리에서 이파리들이 먼저 초록의 잔치를 벌리며 봄을 불러들이고 이어 5월의 중순쯤으로 접어들쯤이면 붉은 장미가 한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일주일 뒤면 마치 어디서 밀려온 밀물처럼 마당의 하늘은 장미로 넘실댄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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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붉은 장미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초록에 주목해야 한다. 장미는 처음에는 초록의 주머니에 쌓여 우리에게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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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장미를 싸고 있던 초록 주머니는 꽃이 핀 다음에는 꽃의 턱받침대로 용도를 바꾼다. 장미가 더욱 성장하면 이제 누군가를 향하여 꽃을 받쳐든 사랑 고백의 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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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잠시 얇은 빗줄기가 지나가고 나면 장미의 얼굴에 투명한 빗방울이 송글송글 잡히기도 한다. 그때면 장미는 더욱 투명해 보인다. 마치 방금 목욕을 끝낸 여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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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장미 4중주. 음색은 단조로와 처음부터 끝까지 붉은 선율이다. 하지만 한참을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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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장미는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장미는 활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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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붉은 함성. 장미가 함성을 지르면 붉은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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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장미 사태. 비스듬한 초록의 사면을 타고 일제히 미끄러져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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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장미가 가슴을 열었을 때 그 속의 수술이나 암술은 그것이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장미에게 아름다움에 빼앗긴 누군가의 영혼이 그 곳에 내려앉아 둥지를 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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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장미의 허리는 그 얼굴을 생각하면 너무 가늘다. 그 가는 허리는 옅은 바람에도 매우 불안하여 때로 장미의 아름다움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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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아름답다라는 헌사는 역시 장미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마당에서 촬영했으며,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80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마당에서 촬영했으며,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80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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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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