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내기 골프, 도박일까 아닐까

법원의 상반된 판결...'승패의 우연성'이 관건

등록 2005.05.23 11:01수정 2005.05.23 12:30
0
원고료로 응원
억대 내기 골프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지난 2월 억대 내기 골프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려 '도박의 범위'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법원이 이번엔 비슷한 사안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현용선 판사는 23일 국내외에서 억대 내기 골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전모(47)씨 등 3명에게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인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각각 벌금 2천만원씩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전씨 등은 지난해 3∼4월 제주도, 태국 등지에서 각자의 실력차이를 기준으로 높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이 낮은 타수를 기록한 사람에게 타당 최소 50만원에서 1천만원씩을 주는 방식으로 14차례에 걸쳐 내기골프를 쳤다.

재판부는 "골프에서 실력이 어느 정도 승부를 좌우한다지만 실력차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곤란하고 게임 당시 컨디션이나 기타 우연한 요소가 작용하는 측면이 더 많다"며 "이런 점을 알고도 거액을 걸고 내기골프를 친 것은 도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거액 내기 골프에 대한 법원의 상반된 판단

그러나 지난 2월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거액을 걸고 수차례에 걸쳐 내기 골프를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60)씨 등 4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씨 등은 미리 각자의 실력을 고려해 실제 타수의 차이에 따라 1타당 일정 금액을 상금으로 거는 방식으로 총 32회에 걸쳐 8억여 원의 골프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당시 이 판사는 내기 골프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로 "승패의 우연성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이 판사는 "화투나 카지노 등과 달리 골프는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이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에 의해 결정되는 운동경기"라며 "내기 골프가 도박행위라면 프로골프에서 매홀 경기 결과에 따라 상금이 결정되는 게임도 도박죄에 해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박죄의 핵심은 '승패의 우연성'

우리나라 형법 246조는 '재물로써 도박을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도박죄의 핵심은 '승패의 우연성'이다.

이 판결이 있기 전 법원은 거액의 내기 골프에 대해 도박죄를 인정해왔다. 지난 2003년 대법원은 10여 차례에 걸쳐 10억 원대의 내기 골프를 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사건에서 상습도박죄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법에서 내린 무죄 선고는 검찰의 항소로 2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상급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잇따른 거액 내기 골프에 대한 법원의 상반된 판단으로 '도박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