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장미로 쓴 사랑 연서

등록 2005.05.23 13:57수정 2005.05.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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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비밀 중 하나는 그것에 사랑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꽃들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랑을 싣는데 있어 장미를 넘어설만한 꽃을 찾아내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장미에 앞서 그 꽃에 실어보낼 사랑이 먼저일 것이다. 가끔 장미 다발로 사랑을 호도하려는 자들이 있으니 그 점은 주의하고 경계해야할 일이다. 어쨌거나 절정으로 치닫는 5월의 장미에 사랑을 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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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이 집에 온 당신을 장미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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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당신의 기척이 저기 골목길을 돌아설 때 이미 내 마음은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모습이 보이자 내 마음은 우르르 문밖으로 몰려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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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당신이 문을 열고 뜰을 들어섰을 때 당신은 장미의 품, 아니 내 품에 안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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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어제는 비가 마당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빗줄기의 흔적이 물방울 보석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당신의 것입니다. 이 보석은 곧 햇볕이 거두어 가겠지만 당신을 향한 내 붉은 마음은 그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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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내가 얘기했던가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매일매일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을. 오늘 새롭게 내민 봉오리진 마음도 당신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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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그냥 아무 말없이 이렇게 당신과 얼굴을 맞대고 있기만 해도 좋습니다. 당신의 눈이 내가 누울 호수라는 전설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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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오호, 당신. 장미를 꽃이라고 생각했나요? 장미는 과실이랍니다. 사랑으로 영글면 장미는 과실이 됩니다. 주렁주렁 영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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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당신이 나를 만날 때면 항상 건네주던 그 아름답다는 헌사는 이제 거두어 주세요. 내게 있어 아름다움은 언제나 당신의 몫입니다. 제가 키우는 아름다움의 비밀은 그저 당신에 대한 제 사랑일 뿐입니다. 그 사랑이 저의 아름다움을 키우니 당신은 제 아름다움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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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당신을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낼 때도 장미의 마음으로 당신을 보냅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내는 내 마음은 여전히 붉습니다. 누군가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자신의 사랑은 그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내 사랑은 5월을 넘기고 6월까지는 갈겁니다. 그 뒤로도 스러진 꽃의 뒤에서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은 한동안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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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당신이 사라진 골목길의 어귀를 내내 바라보았습니다. 다음에 당신이 올 때면 내 마음이 깔린 붉은 주단을 밟고 오게 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83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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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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