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향기 은은한 아산 '인취사'

도심 속에 보존된 고려시대 유적지... 연꽃축제로 유명

등록 2005.05.24 13:55수정 2005.05.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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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서 아산 그리고 예산으로 이어지는 21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아산시 신창면 읍내리에서 신창 오목리와 인주면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타난다. 그 도로를 따라 100m 정도 가다 보면 왼쪽으로 빠지는 작은 길이 있고, 안내 표지판을 따라 잠시 올라가다 보면 작은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인취사(仁翠寺)'다. 아산 시민들에게는 '연꽃축제'를 개최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자연 속에 숨쉬고 있는 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과 벗하며 100여m를 오르면, 초라한 모습까지 풍기는 작은 사찰이 조촐히 마중 나온다. 그러나 잠시 있다 보면 이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사찰의 규모가 마음의 평정을 찾아 주는 듯하다. 마땅히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은 아니지만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아름아름 피어 있는 꽃들이 속삭인다. 정겹다. 이 사찰의 주지인 혜민 스님의 친절함도 금방 정을 붙이기에 넉넉하다.


인취사는 조계종 산하 말사(末寺)

삼존불이 안치돼 있는 인취사 내 극락전
삼존불이 안치돼 있는 인취사 내 극락전박성규
인취사는 학성산의 동북쪽 지역에 있는 사찰로, 조계종 산하의 말사(末寺)다. 사찰은 산의 표고 100m 정도의 중턱부에 위치하고 있다. 보기 드물게 도심지 인근에 위치해 있는 사찰로 찾아 가기에도 큰 부담이 없는 곳이다.

인취사의 사력에 관한 기록은 조선시대의 지리지인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나타나고 있다. 인취사는 <여지도서>가 작성되던 18세기에는 '인수사'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울러 사찰은 정문을 갖춘 법당에다가 동서 및 북쪽으로 각기 요사에 해당하는 건물 5동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여지도서>의 기록에는 사찰의 현황만 확인될 뿐 사력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전하지 않고 있다. 신라 법흥왕 때에 창건된 것이라 알려지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취사 내에는 사찰 건물 외에 고고 미술학적 측면에서 연혁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있다. 경내에는 사찰 건물 외에 석탑 1기가 남아 있는데 이 석탑은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판명됐다. 아울러 경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기와 조각 등에서도 석탑과 동일한 시기를 추정하는 연대관을 제시할 수가 있다. 이를 볼 때 적어도 이 사찰은 고려시대의 후반부에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석탑, 기와조각 등 유물 아직 보존


인취사 내에는 불교 유적으로서 역사성을 지닌 석탑 2기와 극락전에 안치된 불상, 그리고 경내에서 수습되는 기와 조각 등의 유물이 있다. 극락전에 안치된 불상은 삼존불로서, 중앙의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지장보살과 관음보살을 두고 있으며 불상의 후면에는 탱화가 있다. 석탑은 2기인데 이중 남쪽에 있는 석탑은 지방문화재 자료 제235호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품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파손된 것을 최근에 복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탑은 사찰의 중심부에서 약간 남쪽으로 치우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찰의 경내에서 수습되는 유물로 우선 주목되는 것은 기와 조각들이다. 수습된 기와 조각은 대부분 매우 투박한 것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기와의 태토는 매우 거칠고 표면의 색조는 흑회색을 띠거나 혹은 흑색이 많은데 부분적으로 회색을 이루고 있는 것도 있다. 문양은 복합문의 형태가 지배적이다. 다만 부분적으로 선문의 형태가 확인되지만 지배적인 것은 아니며 파도문을 하고 있는 것도 많다. 수습된 기와의 대부분은 조선시대로 편년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일부 기와 조각은 문양이나 태토에서 조선시대보다는 이른 고려 말까지 편년할 수 있는 것도 발견된다.

8월 열리는 연꽃축제 유명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연꽃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연꽃박성규
인취사가 지역에서 더욱 유명해진 것은 연꽃 때문이다. 지역민들에게 볼 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그 인기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연꽃축제는 8월 무렵 열리며 수천여 명의 관람객이 축제에 참여한다. '연꽃 스님'으로 불리는 혜민 스님은 15여 년을 연과 함께 살아 오고 있다. 처음 백련 세 뿌리로 시작해 현재는 8백여 평 공간에 60여 종이 넘는 연꽃을 키우고 있다.

연못과 곳곳의 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연꽃의 은은한 향이 은은하게 경내를 감싸고 있다. 혜민 스님은 연 전파사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연지를 새로 만드는 사찰이나 공원, 식물원 등지에도 연을 분양하고 있다. 현재 인취사에는 관람객을 맞기 위한 수십 종의 연들이 봉우리를 맺으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5월 24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방송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충남시사신문 5월 24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방송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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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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