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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능력만 됐으면 빼지. 그거 뭐 하러 가."
"그래도 국적까지 버리면서 그 짓을 해야 하냐."
"다녀온 놈만 병신되는 거지. 뭐."
씁쓸한 안주들. 막걸리 한 사발을 놓고 요즈음 세간에서 한창 떠들썩한 있는 집안 자식들의 국적포기에 대해 갑론을박입니다. 그래 봤자 속만 더 상할 뿐입니다.
앉아있는 친구들과 저는 10년 전에 2년 2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왔습니다. 한 놈은 전방에서 '빡시게' 군 생활을 했었고, 수도방위사령부 공병대를 마친 친구는 아버지회사에서 일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강의도 나가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힘든 요즈음입니다. 현상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오히려 요즈음은 이슈화되면서 애써 꺼두었던 관심을 일으켜서 속을 썩입니다. '거한 안주꺼리'가 생겨서 술은 목을 타고 술술 흘러내립니다.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10년 전의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그 시기는 군에 있었을 때입니다. 이등병 때의 어려움과 회의가 가득 담긴 일기장. 글에는 밖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왜 젊음을 여기에서 낭비해야 하는 외침도 있고요.(내용을 다시 보니 위험천만합니다. 고참에게 걸리면 죽습니다) 앞쪽을 들추어보니, 군 입대 전의 마음가짐이 보입니다.
맞이해야 할 의무라면 당당하게 마치고 떳떳한 시민이 되자고 다독이며 한창의 즐거운 대학생활을 뒤로 하고 논산훈련소로 향하는 때의 당당함. 왜 그랬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변의 친구들은 '있는 집 자식'이 아니었나 봅니다. 다들 때 되니 군 입대를 하고 당연히 나도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두려움을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그 때가 더 순수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현실적'으로 변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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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전의 일기 ⓒ 임준연
2002년 월드컵 때에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것이 무한하게 자랑스러웠던 것처럼,(자식의 국적을 버린 분들도 그 때 한국을 자랑스러워했을까요?) 앞으로 우리 아이들도 내가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 믿습니다.
요즈음의 '사태'는 다만 대한민국의 가장자리에서 방황하는 외계인들의 이야기라 생각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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