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호와의 증인'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한우물 ②] 양심적병역거부 '전도사' 임종인 의원

등록 2005.05.25 17:53수정 2005.05.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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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쟁점법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속 당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입지와는 무관하게 '한우물'을 파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진 것이 17대 국회의 특징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치에 뛰어들기 전 단체활동이나 개인적 경험 등을 통해 접해온 사회문제를 본격적인 정책생산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렇게 한우물을 파는 의원들의 사례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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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야의원 22명의 서명을 받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22일 국회에 제출했으며, 성우 양지운, 오재창 변호사 등 대체복무 연대회의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여야의원 22명의 서명을 받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22일 국회에 제출했으며, 성우 양지운, 오재창 변호사 등 대체복무 연대회의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 이종호


"양식적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운동가, 인권변호사였던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왜 국회의원이 됐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임 의원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연은 그의 군법무관으로 재직하던 1980년대부터 시작된다. 임 의원은 당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집총 거부 때문에 군법정에서 형식적인 재판만 받고 징역형에 처해지는 것을 보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군법무관 시절의 기억

임 의원은 제대 후 '가고싶은 군대만들기 시민모임 변호인단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들과 함께 법무법인 해마루를 만들고, 양심적 병역거부자 변론을 도맡아왔다. 임 의원이 병역거부자들의 변호를 시작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비로소 평화운동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임 의원은 병역거부자들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병역거부의 형태를 입대 후 집총거부(항명죄로 처벌)에서 입대 자체를 거부(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형태로 바꿨다. 임 의원은 이후 수많은 방송, 신문, 토론, 기고 등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국회에 등원한 임 의원은 국방개혁과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방위원회를 자원했다. 임 의원은 국방위원회와 국정감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거론하며 대체복무제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대체복무제를 시찰하기 위해 대만까지 방문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임 의원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병역법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한 달 뒤에는 여야 국회의원 22명의 서명을 받아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출된 것은 국회 사상 처음이었다.


임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데, 이러한 병역거부자들이 이제까지 1000여명에 이른다"며 "인권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대체복무제 도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누가 군대를 가겠느냐고 하는 건 우리나라 군대를 모욕하는 견해"라며 "대체복무제로 인해 군 여건도 좋아질 것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군대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사람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여호와의 증인 목사라고? 난 무교다"

법안을 발의한 임 의원은 우선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 소속 국방위원 9명 중 김명자 의원을 제외한 8명이 법 개정에 찬성했다. 문희상 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상당수 의원들 역시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임 의원은 법안의 당사자인 국방부와 병무청에 대한 설득에도 발벗고 나섰다.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제작해 국방부 본부, 육해공군 본부, 병무청 등 피감기관 국정감사 때마다 소책자를 배부했고,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국방부는 법제화에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갈수록 징병자원이 부족해지는데다 개인의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논지다.

입법 과정에서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여론 형성에 있어서도 넘어야 할 산이 높았다. 임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특혜시비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점을 들어 소수 종파에 대한 특혜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

지난 1월 임 의원이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하는 도중 한 주민이 "왜 임 의원은 '여호와의 증인' 같이 군대를 안가려는 사람들을 옹호하느냐"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난처했다고 한다. 임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심지어 나를 두고 '여호와의 증인' 목사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호와의 증인에는 목사라는 직책이 없고, 나는 무교다"고 항변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병역법 개정안 처리에 실패한 임 의원은 6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임 의원의 '한우물 파기'가 어떻게 결실을 맺게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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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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