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기 배치는 6자회담의 재앙이다

[심층분석-하] 숨가쁜 6월, 한반도의 운명은 어디로?

등록 2005.05.26 15:41수정 2005.05.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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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전폭기 F-117의 비행장면
스텔스 전폭기 F-117의 비행장면미국과학자협회

1994년 6월에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가 갈림길에 서있던 때였던 것처럼, 2005년 6월도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년 전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위기 상황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다.

11년이 지난 올해 6월은 북·미 대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막바지에 온 가운데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머금고 한반도의 운명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6월달에 집중된 굵직한 외교 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선 5월 13일에 있었던 북·미간의 뉴욕 접촉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호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북한이 답신을 늦출 가능성도 있지만, 6월을 넘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느냐, 아니면 미국의 성의 부족을 근거로 '무기한 회담 불참 입장'을 고수하느냐는 이후 외교 일정의 성격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에 앞서 5월 27일 폐막될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의 결과도 주목된다. 미국은 이 회의의 최종합의문이나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이 회의에서 대북 비난 성명이 채택되면 6자회담 참가를 저울질하고 있는 북한이 움츠려들 가능성도 있다.

중대한 길목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무엇보다도 관심의 초점은 6월 10일(현지시간)에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으로 모아진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간에 어떤 합의를 이루느냐는 이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과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 사이의 전후 관계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천명한 다음에 회담이 열리면, 한·미 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6자회담에서의 성과 도출을 위한 방안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6자회담 불참을 발표하면 회담의 주도권은 부시 대통령이 쥐게 될 것이고, 상황 악화시 '추가적 조치'에 합의한 2003년 5월 한·미 공동성명을 근거로 강력한 대북 압박 및 제재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북한이 입장 표명을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면, 정상회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회담 전략을 짜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정상회담 이전에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6자회담 불참 선언' 등 다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서 회담 전략을 짜야할 것이다.


숨가쁜 남북관계 일정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에 남한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행보도 관심거리이다. 일단 정 장관의 평양행의 성격을 규정할 핵심 변수는 역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이다.

북한이 통일대축전 이전에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 정 장관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될 것이다.

반면에 북한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면 정 장관의 평양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고, 평양에 가더라도 가시밭길이 될 공산이 크다. 북한이 이 때까지 6자회담 복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정 장관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해야 하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통일대축전 다음주인 6월 21부터 24일까지는 제15차 장관급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에서 열릴 이 회담 역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6자회담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상황에서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병행 발전' 전략은 중대한 기회를 맞게 될 것이고, 6자회담의 좌초 국면에서 열리면 남북관계의 후퇴 역시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 때까지도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장관급 회담은 핵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 양측의 격론이 벌어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밖에 6월 20일 전후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북 문제 역시 6월 외교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독도,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의 회복 방안과 함께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또한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 차원에서 후진타오의 방북 형식을 빌려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굵직하고 촘촘히 짜여진 외교 일정의 핵심에는 역시 6자회담의 재개 여부가 있다. 특히 위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한국 외교의 운명은 6자회담의 재개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일정이 확정된 남북 장관급 회담과 더불어 6자회담이 재개되면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병행 발전' 전략은 중대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본격적인 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반해 6자회담이 좌초되면 한반도 위기와 함께 한국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공산이 크고 한국 외교도 주변화 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스텔스 전폭기 배치 중단시켜야

따라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데 노무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할 만큼 했다"는 안일한 판단보다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필요한 분위기와 조건을 조성하는데 한층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확인된 미국의 남한 내 스텔기 전폭기 'F-117' 배치 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두 15대가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돼 수개월 동안 지형숙지 훈련을 벌일 예정인데,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계획이 강행될 경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데는 크게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6자회담에 복귀해 핵 포기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 북한에게도 '더 나은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6자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혼선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으로는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한에 이상 징후 발생시 군사적으로 개입해 북한 정권 교체를 시도하는 '작전계획 5029',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및 핵무기 사용 계획을 담은 '곤플랜 8022', 괌에 배치된 공군력에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북한은 이에 대해 '북침의 예비수순'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이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스텔스 전폭기가 대거 남한에 배치되면 북한의 대미 의구심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미 군당국은 "북핵 문제와 관계없는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무기 자체가 주로 선제공격용으로 이용되어왔고, 작전계획 5026와 5029, 콘플랜 8022 등 미국은 다양한 선제적 군사 작전 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미국측에 이번 계획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해, 불필요한 오해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한반도의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어 부시 행정부를 강력하게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의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6월의 살얼음판'을 잘 건너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적 발걸음이 신중하고도 치밀해져야겠지만, 먼 곳에서 돌덩이가 날아와 얼음판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스텔스 전폭기 배치 계획은 이와 같은 돌덩이에 비유될 수 있다. 얼음판에 약간의 금이 가게 하는 수준으로 머물 수도 있지만, 얼음판 자체를 깰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예방'에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그 동맹국인 미국에게 이러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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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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