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개발과 관련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 양윤재 부시장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출신으로 서울시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장을 맡았던 양윤재 부시장이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래로RED 이사 길아무개(36)씨에게 2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8일 구속돼 기소를 앞두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미래로RED 이사 길씨가 양 부시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이유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길씨는 양 부시장에게 "30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고도제한을 풀어달라"는 청탁을 한다. 미래로RED는 38층 주상복합빌딩을 추진했던 업체.
2001년 10월 확정된 '도심부 관리계획 및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에 따르면 최고 높이를 90m 용적률(층별 면적의 합계가 대지 면적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을 600%로 결정했지만,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제한이 완화되면서 고층 주상복합 건물 건립이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2004년 8월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발전계획'을 세우면서 도심 재개발구역에 건물 높이를 110m로 20m 높게 해줬다.
여기에 영화관, 공연장, 호텔 등 도심 활성화에 기여하는 시설을 유치하거나 연면적 30% 이상을 주거비율로 정하면 인센티브를 적용해 용적률을 최대 100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30층 이상 주상복합건물 공사가 가능해졌다.
주상복합은 상업·업무 시설보다 평당 분양가가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개발이익도 그만큼 높다. 용적률 인세티브까지 받았으니 건물도 높이 올릴 수 있고, 주상복합은 선분양도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유동성도 용이하다. 건설업체들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경쟁적으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래로RED가 38층 주상복합빌딩을 추진하면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1000억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1000억원의 개발이익이 나는데 몇십억원 로비자금은 그들에게는 투자 비용에 불과하다.
미래로RED가 김일주(53. 한나라당 전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씨에게 이명박 시장과 면담을 주선하는 대가로 14억원을 선뜻 제공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석구, 이남순, 양윤재 이외에도 건설업의 생리를 잘 아는 박혁규(경기도 광주) 한나라당 의원은 LK건설로부터 광주시 오포읍 일대에 아파트를 짓게해달라는 로비를 받고 8억원을 받아 지난 1월 구속됐다. 박 의원에게 로비자금을 건네 구속된 LK건설 권아무개씨는 이외에도 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재판과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구조 개선하지 않는 한 비리건설족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건설사업은 그야말로 비리종합전시장이다. 민간 공사나 관급공사 모두 마찬가지다. 원청자-하청-재하청 등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부풀려지고, 사업권을 따기 위한 뇌물 로비가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아파트의 경우 원가를 공개하고 관급 공사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참여정부의 이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건설업계 비리가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면서 "분양원가공개, 최저가 낙찰제 도입을 통해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비리 건설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동 본부장은 "청개천 복원, 서울 뉴타운, 판교 신도시, 행정도시 건설, 현재 논란이 되는 행담도 개발 등은 모두 엄청난 건설 이권이 걸려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잡음이 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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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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