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들긴 하지만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정명희
아이는 어쩌면 엄마가 자기를 '완전히' 골탕 먹이려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럴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다정히 대했다. 또, 아이는 아이대로 뜻밖에 자연이 주는 교향악에 동화되어 한 시간 반의 산행을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억지로 마지못해 인사를 하는 듯했는데 인사를 받아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이쿠, 씩씩하니 잘 걷네"하시면서 즉각적이고도 상상 이상의 미소와 추임새를 넣어주시니 녀석도 신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풍경이 좋은 곳에서는 사진도 곁들여 주었다. 뿐인가. 하산하고 내려와서는 마트에 가서 녀석이 그토록 원하던, 걸으면 불빛을 내는 샌들과 맛있는 먹을 것을 사주었다. 속으론 '저도 양심이 있으면 이젠 인사 좀 하고 살겠지'하면서.
집에 와서 최종 점검을 하였다.
"00아, 내일 엄마랑 산에 한 번 더 갈래? 아니면 유치원 가고, 대신 인사 잘 할래?"
"유치원 갈래."
"인사는?"
"…할게."
대답이 용수철처럼 바로 튀어 나오지 않아서 나는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인사를 하면 나도 상대방도 기분이 금세 환해진다는 것을 네가 아직 제대로 못 느꼈나 본데. 느낄 때까지 산에 갈래? 엄마는 네가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로 크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어."
"아이구, 알았어, 알았다니깐."
아이가 약속을 잘 이행할지 아니면 금방 까먹고 나 몰라라 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어쨌거나 전날 산행은 참 좋았다. '인사'를 떠나서 아이의 기억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새겨져 이 다음에 두고두고 하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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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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