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실로 날아든 진박새 유조 한 마리

자연에서 학습하는 성지송학중학교 아이들

등록 2005.05.28 10:26수정 2005.05.28 14:53
0
원고료로 응원
전남 영광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성지송학중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새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특성화 중학교로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지내는 이곳 학생들에게는 새소리가 당연한 듯 지내고 있다.

지금처럼 봄이면 아기새들이 학교 운동장에 날아들어 엄마새와 함께 나는 연습을 한다. 이날에는 진박새 유조가 미술실까지 들어와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주 새소리를 듣고 멀리서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인지라 매우 신기해 했다.

"선생님, 너무 귀여워요", "너무 이뻐요"하며 무슨 새인지 궁금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다.

a

교무실로 날아든 딱새 한마리 ⓒ 강민구

하루종일 무엇이 그리 바쁜지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아이들은 "엄마가 애기새 밥주러 가나봐요" "아니야 엄마새가 아기새 나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야"라고 얘기하며 서로가 옳다고 한다. 조금씩 새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몇몇 학생들은 과학실에서 쌍안경과 조류 관찰용 필드스코프를 챙겨 나오기도 한다.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한 아이들은 자기가 발견한 새가 도감에 나오자 정말 똑같다며 환호성을 지르려다, 새가 날아갈까봐 입을 막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귀엽다.

도감보다도 예쁘고 신기해서 키우겠다는 아이들은 새 잡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며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한다. 새 잡는 방법을 알면 새를 보호할 줄도 알 수 있기에 부득이 말리지 않았다.

a

학생 손 위에서 쉬어가는 진박새 유조 ⓒ 강민구

학교에서는 매년 겨울에 금강하구둑과 서해안 등지의 철새를 탐조해왔고, 앞으로는 영산강 하구와 순천만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며 탐조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환경단체와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새의 깃털 하나를 보고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 아닐까 한다.

성지송학중학교에는 진박새를 비롯하여 쇠딱따구리가 둥지를 틀었으며, 멧비둘기와 직박구리, 딱새, 소쩍새 등 다양한 새들이 학생들과 함께 저 높은 창공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 환경분야 전문가로서 우리의 새소리를 지켜낼 수 있는 인재로 커나가길 빌어본다.

a

다정한 포즈의 멧비둘기 부부 ⓒ 강민구

덧붙이는 글 | 강민구 기자는 성지송학중학교 교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강민구 기자는 성지송학중학교 교사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특성화중학교(대안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작은 학교지만 어느학교보다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얘기하고 자랑하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글은 학교와 교육 그리고 환경에 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능력이 된다면 더 많은 분야에도 다양하게 넓혀가고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2. 2 김흥국 "'좌파 해병' 있다는 거, 나도 처음 알았다"
  3. 3 23만명 동의 윤 대통령 탄핵안, 법사위로 넘어갔다
  4. 4 [단독] '윤석열 문고리' 강의구 부속실장, 'VIP격노' 당일 임기훈과 집중 통화
  5. 5 김건희 여사 연루설과 해병대 훈련... 의심스럽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