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와 함께 오른 무학산

무학산산행기

등록 2005.05.29 10:00수정 2005.05.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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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은 미소산악회 회원인 '사랑'이와 무학산을 오르기로 했다. 무학산은 마산시민이 집밖에만 나서도 보이는 산이다. 내 집에서도 선명하게 보여, 항상 무학 산을 볼 때는 '저렇게 높은 산인데 어떻게 올라갔나?' 생각하면서도, 일단 산행을 시작했다하면 어느 순간에 정상에 서서 뿌듯한 기분을 느끼니 감개무량할 만하다.

무학산은 산의 형상이 학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자세와 흡사하다하여 무학산이다. 서마지기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었고 서쪽사면은 급경사를 이루지만 동쪽사면은 산세를 열어 마산시를 병풍처럼 끌어안고 있다. 그래서 무학산은 시내 어디에서라도 올라갈 만큼 등산로가 많이 개척돼있다.

무학산의 백미는 '학봉'이다.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봉으로 학봉에서 바라보는 마산만의 경치도 정상보다 못하지 않다. 그래서 마산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가 서원곡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학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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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리역. 무척이나 한가롭다. ⓒ 방성열

나는 그동안 마산여중 앞에서 올라 서원곡으로 내려왔는데, '사랑'인 서원곡에서만 올라가 봤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코스인 '중리역'에서 오르기로 했다.

아침 10시에 중리역에 도착하여 바라본 무학산의 신록은 마치 '처녀의 순결'과 같은 신비로움이 묻어났다. 날씨도 쾌청하고 기온도 다소 서늘하여 산행하기엔 최상의 날씨이다.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가 길옆에서 빨았게 익었고, 하얀 찔레꽃의 향기는 중년을 넘어선 남자를 가슴 설레게 한다.

서원곡에서 학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암반과 암능으로 이어지는 길이 많은데 이곳 중리역에서 오르는 코스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또한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소나무 숲이 우겨지고 솔잎이 길 위로 뿌려져 마치 쿠션 역할까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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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에 사랑이 ⓒ 방성열

더군다나 오늘은 점심은 산행 후에 시내에 내려와 맛있는 아귀찜을 먹기로 했으니 배낭마저도 가볍다. 여태까지는 힘든 산행만 하다가 너무 쉬운 산행을 하다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가.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라
내 마음 색동 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 져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내가 노산 이은상의 '가고파'를 흥얼거리니 뒤따라오던 '사랑'이가 글만 잘쓰는 줄 알았더니 노래도 잘한다하면서 나보고 "글은 어떻게 해야 잘 쓰는 거죠"라고 묻는다. '사랑'이의 그 말에 나는 더욱더 흥이 나서 "좋은 글을 쓸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책을 읽지 않고 좋은 글만 쓸려는 사람은 마치 아무 노력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벌려고 하는 거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시루바위 갈림길을 지나서는 시원한 그늘에 않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나무 그늘로 이어져 그야말로 이곳이 강원도의 깊은 산 꼴인가 착각마저 든다. 걷다 쉬다 해도 1시간 40분에 정상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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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마산만 ⓒ 방성열

정상에서 바라본 마산만은, 크고 작은 배들이 한가로이 떠있고 서쪽으로는 함안의 여항산, 서복산이 낙남정맥을 이루고 북쪽으로는 시루바위, 천주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이 힘차게 뻗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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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의 돝섬 모습 ⓒ 방성열

산을 탄 지 이제 2년.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좋은 산, 이렇게 좋은 우리 땅을 오래오래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겠다, 생각하면서 버려진 휴지를 주워 배낭에 넣고 내려온다.

덧붙이는 글 | 무학산은 4~5월 진달래축제기간에 오르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무학산은 4~5월 진달래축제기간에 오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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