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지가지마다 팝콘 같은 소박함이 주렁주렁 열렸다.한석종
당초 꽃목걸이는 감나무의 특성 때문에 아들 낳기를 바라는 새색시가 즐겨 걸었다고 한다. 연륜이 백년 쯤 된 감나무에는 천여 개의 감이 열린다고 하는데 감나무 고목은 자손 번창의 기자목(祈子木)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제사상에 감이나 곶감을 올리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감씨를 심으면 본래의 감이 열리지 않고 고욤이 된다. 고욤은 생김새는 감을 닮았지만 크기는 도토리만 하고 떫어서 먹지 못한다. 감나무는 심은 지 3~5년쯤 지나서 줄기를 대각선으로 째서 기존의 감나무줄기에 개량종을 접붙인다. 우리가 즐겨 먹는 감은 다 이런 과정을 거친 감나무들이다.
접을 붙이되 줄기에 붙여야지 가지에 붙이면 한 나무인데도 한쪽 가지에선 단감이 열리고 다른쪽 가지에선 고욤이 열린다. 뿌리는 하나지만 가지마다 서로 다른 종자의 감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감나무는 이성이 합해야(二性之合) 건강한 자손을 본다는 사람의 생리를 닮았다고 우리 선조들은 믿어왔다.
예로부터 감나무는 '문무충효절' 오상(五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잎에 글을 쓰는 종이가 된다 하여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해서 화살촉으로 쓰인다 하여 무(武)가 있으며, 과일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가 동일하므로 충(忠)이 있으며, 노인도 치아 없이 즐겨 먹을 수 있어 효(孝)가 있고,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까지 나뭇가지에 버티어 달려 있으므로 절(節)이 있다 하였다.
또 목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 꽃은 노랗고(黃), 열매가 붉고(赤), 말린 곶감에는 흰 가루(枾霜)가 돋아 나오므로 이것을 일러 감나무의 오색(五色)이라고도 일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