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의 덫' 걸린 조승수 위한 변명

[取중眞담] 선거법 위반에 대한 재판부의 이상한 판결

등록 2005.05.31 10:38수정 2005.05.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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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자료사진)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는 6월, 민주노동당에 가장 큰 악재는 조승수 의원의 선거법 재판이다.

재판 결과 조 의원의 의원직이 박탈될 경우,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에 밀려 원내 제4당이 될 뿐 아니라 독자적인 법안발의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국가보안법 폐지안,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개혁 관계법 등의 법안을 10명의 힘으로 단독 발의했지만 9석이 되면 다른 당 의원을 꿔와야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356만원 향응 제공은 80만원, 지역현안 의견발표는 150만원?

조 의원은 1심과 2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 판결을 받은 뒤 오는 6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해 4월 선거운동 기간 하루 전 주민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 동의없이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같은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됐다.

민주노동당은 재판부 판결에 대해 "주민들 앞에서 정책적 소신을 밝힌 것이 왜 선거운동이냐"며 "허위사실공표나 금품향응제공 혐의는 벌금 80만원이고 정책활동은 벌금 150만원인데 도무지 사법부의 판단 기준을 모르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선거법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사례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요'다. 선거운동 명목으로 22만원 상당의 주류 등 향응을 제공한 이원영 열린우리당 의원과, 안동시의원 11명에게 인사를 하며 100만원을 제공한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은 '금품향응 제공' 혐의로 기소됐으나 모두 8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조 의원과 같은 사전선거운동 혐의의 경우, 의원직 박탈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서갑원·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선거구내 식당 등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명함을 배부했다가 기소됐는데 각각 벌금 80만원과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거구내 종친회에 참석해 356만원의 향응을 제공하며 지지를 호소한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도 벌금 8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다만 복기왕 열린우리당 전 의원이 선거구민에게 청와대 관광을 시켜주고 선거준비사무소 외벽에 현수막을 걸었다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심에서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는 8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한병도 열린우리당 의원. 이와는 정반대로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은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는 벌금이 대폭 늘어난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무죄, 음식물자원화시설 조건부 반대는 유죄?

a 지난 4월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조승수 의원은 정당한 정당활동을 했을 뿐"이라며 대법원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지난 4월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조승수 의원은 정당한 정당활동을 했을 뿐"이라며 대법원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 조승수 의원실

또한 이번 조 의원의 선거법 재판에서는 사전선거운동조항 위반 여부도 논란이다.

조 의원의 '사전선거운동'은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지지를 호소한 게 아니라 정책활동을 편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선고 이유에서 조 의원의 음식물자원화시설 관련 발언이 "선거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기준이 다분히 자의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활동이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가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치활동'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이나 본회의 5분 발언,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역개발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선거를 겨냥한 정치활동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래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수도 서울을 옮기겠다고 공약한 것은 문제가 안 되더니 지역내 음식물자원화시설 설치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선거법 위반이냐"고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부끄럽지 않은 판단과 실천이었다"라며 "다시 똑같은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저는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조 의원의 실천을 '부끄럽지 않은 행동'으로 판단할지,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할지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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