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소지혐의 호주여성에 20년형 선고

<호주는 지금> '형량 너무 가볍다' 검사측 항소

등록 2005.05.31 23:16수정 2005.06.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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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순간의 샤펠 코비
선고 순간의 샤펠 코비호주 채널 9 뉴스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체포된 호주 여성 샤펠 코비(27·골드코스트 미용학교 학생)의 유죄판결 소식이 호주를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

인도네시아 법정은 지난 달 27일 샤펠의 유죄를 인정해 20년 형을 선고했다. 샤펠은 지난 해 10월 발리 여행 중 서핑가방을 소지했다가 입국 심사에서 마리화나 4.1kg이 발견돼 덴파사 공항에서 체포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계속 주장했지만 인도네시아 법정은 냉혹했다.

브리스번 공항과 시드니 공항의 수하물 처리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가방에 마리화나를 몰래 넣었을 것이라는 것이 지난 7개월간 계속된 그녀의 항변이다.

이날 판결로 샤펠이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려 한 시도와 인도네시아 사법부에 그녀의 선처를 호소하는 공적 서한을 전달하려는 호주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신만이 나의 증인'이라며 울부짖던 그녀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신은 끝내 등을 돌리고 만 것이다.

이날 호주방송 (채널 9)은 샤펠이 무죄로 풀려나와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전 국민의 염원을 반영하듯 판결 내용을 생방송으로 전했으며, 호주 국민들은 숨죽여 결과를 지켜봤다.

판결이 나오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여론은 지난 2003년 발리에서 일어난 폭파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발리 테러로 무려 200여 명이 희생됐으나 배후세력을 조종한 핵심 테러범에게 내려진 형은 2년 6개월. 이에 비해 샤펠의 경우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주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인 발리에 대해 '발리 가지 않기 전국민 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분위기다. 또 적십자사의 쓰나미 구호지원 대상에서 인도네시아를 제외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유죄를 완전히 증명할 수 없는 한 무죄로 인정하는 호주 법에 비추어본다면 샤펠 사건은 충분한 논란거리다. 서핑가방이 열려 있던 데다 발견된 마리화나 뭉치에서 지문도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는데도 오직 마약이 나왔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인도네시아 사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나 일단 인도네시아 법정의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고 양국 간에 추진 중인 '죄인 인도 협정'에 따라 샤펠의 형기를 호주에서 치를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 법정은 20년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은 극히 예외적이라며 호주 여론을 인식한 판결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인도네시아는 마약 밀반입에 대해 대부분 총살형에 처하며 일부에게만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다.

샤펠 사건을 둘러싼 검찰 측과 변호인의 주장은 엇갈린다. 검찰 측은 죄가 너무 가볍다며 항소를 준비 중인 반면 변호인 측은 무죄 판결을 받아내지는 못했으나 마약 밀반입에 관한 한 20년 형은 승리로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한편 발리 감옥소에 재수감된 샤펠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샤펠은 항소를 앞두고 있지만 이미 오랜 감옥살이를 할 각오를 한 듯 뜨개질이나 요가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TV리포트에 동시 게재

덧붙이는 글 TV리포트에 동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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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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