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되기 되게 힘드네

언론사 입사 준비생의 하루

등록 2005.06.01 01:06수정 2005.06.0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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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공채 모집을 한다는 공고가 떴다. 이 공고는 본격적인 각 신문사나 방송사 등의 언론사 입사 시즌이 돌아왔다고 알리는 신호탄에 다름 아니다. 몸과 마음이 바빠졌을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의 생활이 궁금해져 1년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성연진씨의 하루를 뒤쫓아 보았다. 언론'고시'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그였지만, 그 하루는 고시생의 일과에 댈 수 있을 만큼 어렵고 '빡센' 하루였다. 그의 하루를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해 보았다.


언론사 준비 특강으로 하루를 열기

a 성연진씨

성연진씨 ⓒ 이은정

나 성연진. 기자가 되고 싶어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 졸업반 학생이다. 지난 해 몇 군데의 언론사를 지원했지만, 올해 다시 한번 도전 중이다. 아침 7시. 토요일이지만 늦잠을 잘 수는 없다. 한겨레신문사 문화센터의 '김규원 기자의 언론사 입사시험 준비 특강' 강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9시까지 가서 모의고사를 봐야 한다. 급히 준비를 하고, 지하철 안에서 볼 신문을 주섬주섬 챙긴다. 신문은 여러 가지를 보는데, H신문사의 사설과 J신문사나 K신문사의 기사작성 형식 등이 입사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강좌에서는 언론사 입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중에 하나인 '작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단 모의고사 주제는 '제5공화국'이었다. 요새 방영되는 '제5공화국'을 챙겨보지 않는 나는 아차 싶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전혀 모른다는 것. '지원자들에게 뭘 원하는 것일까?' 아무리 스스로 답을 찾으려 물어봐도 항상 잘 모르겠다는 답이 되돌아온다.

대기업 입사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으련만. 삼성 SSAT 문제를 보면서, 언론사 시험에 이런 문제만 나오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끔은 언론사에서 만능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왜 이슈가 되고 있는 '제5공화국'을 보지 않았을까 후회막급이다.


a 언론사 준비특강 강사 김규원 기자와 함께

언론사 준비특강 강사 김규원 기자와 함께 ⓒ 이은정

강좌에서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논술, 작문, 기사작성, 기획안 작성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 사실 강좌를 끌어가고 있는 김 기자님은 많은 것을 알려주시지는 않는다. 우리가 쓴 논술과 작문, 그리고 기사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시고, 첨삭에 신경을 써 주신다.

고착화된 글쓰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을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겐 좋은 기회다. '언론사에서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이런 형식으로 쓰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와 같은 조언 한마디는 대단한 도움이다. 강좌가 끝나고 나서, 논술과 작문을 어떻게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쭈어 봤고, 기자님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언론사 입사의 필수코스, 스터디모임

점심시간이다. 밥을 먹고 스터디를 하러 가기 전, 잠시 쉬면서 신문을 본다. 언론사입사를 준비하는 99% 이상의 사람들은 스터디모임을 한다. 상식 국어 신문스크랩 독서 논술 작문 면접 실무평가 등 준비해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그 모든 것을 준비하기란 혼자 힘으로는 벅차다. 언론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준비한다기보다 어떤 자격을 얻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나 싶기도 하다.

가끔씩 언론사에서 정말 '기자질'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궁금해진다.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현장에서 정말 잘 해낼 수 있을만한 사람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을까. 보다 나은 언론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기에는 지금 당장 나에겐 시간이 부족하다. 언론사 입사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a 스터디 모임중

스터디 모임중 ⓒ 이은정

스터디 모임을 하게 된 지는 1년 가량 되었는데, 1주일에 두 번씩 만나다보니 이제는 가족 같다. 가고자 하는 방향도 같기 때문에 금방 친해졌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다들 잘 논다. 기자는 사람 만나는 것을 잘 해야 한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다. 먹고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서 참 많이 배웠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까지 여자 둘, 남자 둘. 이렇게 넷이서 스터디를 꾸려가고 있다. 한 사람 정도 더 충원을 해야 한다. 웬만하면 전공이 다르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추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만한 스터디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오늘은 작문을 쓰고, 시사상식을 공부했다. 원래 하루는 논술과 상식, 다른 하루는 신문스크랩과 독서, 작문 등을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SBS의 공채 공고가 난 이상, 독서나 신문스크랩은 좀 뒤로 미루고 그 방송사의 전형에 맞춘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함께 스터디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진 것 같다. 바깥에서 보는 것만큼 언론사 시험들은 천편일률적이 아니다.

남들은 언론 '고시'라고도 하는데 나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각 언론사별로 원하는 것들과 전형이 다르고, 따라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고시'를 통과하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어 있지만, 언론사 입사 시험 통과가 그것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 공무원의 마인드로는 기자가 될 수도 없고, 기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 언론사 준비반 안에서

a 서강대 언론사 준비반 가리사니

서강대 언론사 준비반 가리사니 ⓒ 이은정

2시에 시작한 스터디는 6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저녁을 먹고,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학교 언론사 준비반인 '가리사니'라는 공간이 내 공부터다. 지난 3월, 시험을 보고 '고시반'이라고 불리는 이 곳에 들어왔다. 공부공간도 생기고,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이 안에서 스터디를 조직해서 공부하는 사람도 꽤 되고, 월요일마다 각자 준비한 것을 가지고 모임을 갖는다.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신문 스크랩. 서로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공간에 있다가 잘 되어서 원하는 언론사에 입사한 선배들을 본다. 그 분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언론사 사정이 좋지 않고 미디어 세계가 불안정하다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 한정된 자리를 어떻게 뚫고 들어갈지 막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같이 준비해 나가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 한결 힘이 된다.

하루를 닫으며

밤늦게 집에 돌아온 나를 엄마가 맞아주셨다. 걱정이 많으셨던 엄마지만, 이제는 고3 수험생을 대하는 것처럼 이래저래 도움을 주시고 있다. 요즘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항상 왜 그토록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지를 되뇌게 된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만난다는 것, 세상에 내 목소리를 낸다는 것, 치열하게 산다는 것. 그 얼마나 멋진 일일까. 변화에 중심에 서 있는 기자 성연진을 상상해 본다. 다른 어떤 날보다 힘들었던 오늘 하루를 그렇게 닫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임(www.zime.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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