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졸업 앨범 사진 찍던 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날

등록 2005.06.01 14:59수정 2005.06.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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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30일 단체사진
2005년 5월 30일 단체사진김환희
학창시절, 졸업이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해주는 행사 중의 하나가 졸업 앨범 사진 촬영이다.

매년 치르는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은 설렘과 아쉬움으로 교차되어졌다. 말썽을 부리고 속 썩일 때는 이 녀석들이 빨리 졸업했으면 하는 바람이 하루에도 여러 번 생기기도 했는데 막상 졸업을 의미하는 사진 촬영을 앞둔 지금 왠지 모를 허전함이 앞섰다.

월요일(30일) 아침. 5월의 따스한 햇살이 교정을 화사하게 수놓았다. 그 햇살에 신록은 그 푸름을 더해 주었다. 무엇보다 오늘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얼굴은 다른 날보다 더욱 멋있고 예쁘게 보였다.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김환희
아침부터 복장과 용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수선을 떠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진 촬영에 대한 주의사항과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진 촬영 장소는 학교에서 걸어서 20분이 소요되는 오죽헌이었다.

오죽헌으로 걸어가는 내내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며 오늘의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연실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촬영장(오죽헌)에 도착한 아이들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양 온갖 표정을 지으며 제일 자신 있는 표정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김환희
잠시 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감독(사진기사)의 ‘레디 액션(READY ACTION)’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그 지시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줄을 맞춰 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달리 자못 상기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그런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사진 기사는 웃어보라고 계속해서 주문을 했다.

“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세요. 웃으세요. 김~치.”


몇 번의 NG(No Good)를 낸 후, 사진 기사의 다섯 번째 카메라 셔터가 눌러진 다음에야 비로소 단체 사진 촬영이 끝이 났다. 촬영이 끝난 다음 촬영에 만족하지 못한 아이들은 여러 이유를 대면서 볼 멘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여러 불만들이 있었으나 그 중에서 가장 큰 불만은 찍을 때 눈을 감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건 아이들 모두가 지나치게 긴장한 탓이었으리라.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김환희
단체 사진 촬영이 끝나고 난 뒤, 그룹 사진을 찍기 위해 8명씩 조를 편성하여 나누어졌다. 그리고 각 조의 조장은 오죽헌내 배경이 좋은 곳을 물색하여 자리를 잡으면 사진 기사가 그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장소를 정하기까지 아이들은 의견이 절충되지 않아 우왕좌왕 하였다. 그런데 사진 찍을 장소가 정해지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의 그 모습은 일류 모델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
2005년 5월 30일 그룹사진김환희
영원히 남을 추억의 보고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정도였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은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였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있었던 찰나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먼 훗날 빛바랜 졸업 사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입가에 미소 지을 아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한편으로 지금 지어 보이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환한 미소가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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