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노인들의 '말벗' 되고싶어요"

마산내서여고 자원봉사 동아리 '말벗나무'

등록 2005.06.06 09:45수정 2005.06.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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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아래로, 옳∼지!, 너희들이 등 긁어 줄 때가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다."


마산내서여고 자원봉사 동아리인 '말벗나무' 김윤지(2학년) 학생이 입원중인 재가 장애노인 김점순 할머니의 등을 긁어드리고 있다.
마산내서여고 자원봉사 동아리인 '말벗나무' 김윤지(2학년) 학생이 입원중인 재가 장애노인 김점순 할머니의 등을 긁어드리고 있다.황원판
지난 5일, 마산노인병원에 중풍으로 입원중인 재가 장애노인 김점순 할머니(79)의 '쓸쓸한' 병실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폈다. '친 손녀' 이상으로 반가운 5년 지기 '말벗나무' 학생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마산내서여고 자원봉사 동아리인 '말벗나무' 학생들은 평소 한푼 두푼 아껴 모은 용돈으로 준비한 음료수 등을 대접해 드린 후, 손·발 안마도 해드리고, 모처럼 만나뵌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특히, 할머니는 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등을 긁어 줄 때가 제일 즐겁다고 하신다.

'말벗나무' 학생들이 팔·어께 주물러드리기, 손·발 맛사지 등을 해드리고 있다.
'말벗나무' 학생들이 팔·어께 주물러드리기, 손·발 맛사지 등을 해드리고 있다.황원판

'말벗나무' 학생들이 할머니와 '이야기 꽃'을 피우고있다.
'말벗나무' 학생들이 할머니와 '이야기 꽃'을 피우고있다.황원판
훈훈한 이웃사랑의 참다운 봉사활동을 모범적으로 실천하여 주위의 칭찬을 받고있는 봉사동아리 '말벗나무'는, 5년 전부터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말 벗'이 되어드리고자 마산내서여고 2학년 문선영(동아리 대표), 백아름, 김윤지, 이정민 학생이 중심이 되어 활동중인 '작지만 아름다운' 청소년 봉사동아리다.

이들은 학교 인근 내서읍 일대에서 혼자 외롭게 사시는 '독거장애 노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접하고, '이 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중, 외로움을 달래드리는 '말 벗되어드리기'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병실 탁자 위에는 '말벗나무' 학생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보고싶을 때 가끔씩 보신다고 한다.
할머니의 병실 탁자 위에는 '말벗나무' 학생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보고싶을 때 가끔씩 보신다고 한다.황원판
'왜 봉사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문선영 학생은 "내신 성적을 위한 '시간 채우기식'의 형식적인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스스로 우러나서 참여하는 참다운 봉사활동을 하고싶어서 만들게 되었다"고 했다. 또 언제 제일 보람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장애를 안고 혼자 힘들게 살아가시는 할머니께서 '너희들 때문에 외롭지 않구나' 하고 말씀하실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평소 한푼 두푼 아껴 모은 용돈으로 할머니께서 즐겨 드시는 과자, 과일 등을 사가기도 하고, 쌀을 조금씩 모아 전해드리기도 한다. 한 번 방문하면 주로 3∼4시간 정도 할머니의 '말 벗'이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청소해드리기, 휠체어로 나들이 도와드리기, 식사 챙겨드리기, 손·발톱 손질해드리기, 머리 감겨드리기, 세수·세족 해드리기 등도 함께 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홀로 사시는 노인들에게 '안부전화' 드려요


특히, '말벗나무' 학생들은 올해 들어 새로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고안하여 해오고 있는데, 바로 독거노인 '안부전화 드리기' 봉사활동이다. 혼자 사시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다.

'말벗나무' 학생들이 독거 노인 댁에 '안부전화'를 드리고 기록한 일지
'말벗나무' 학생들이 독거 노인 댁에 '안부전화'를 드리고 기록한 일지황원판
이들은 학교 인근 중리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개인별로 5명의 독거 노인들과 결연을 맺어 매주 1회 정도 수시로 '안부전화'를 드리고 있다. 지난 4월 6일에는 십시일반으로 쌀과 용돈을 모아 떡을 만들어 돌리면서 이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안부전화 드리기가 좀 서먹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주 통화하게 되니까 점차 가까워지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이 '안부전화'와 함께 주말, 방학 등 시간을 내어 가끔 '직접 찾아 뵙고 안부를 여쭙는 활동'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하고 밝혔다.

중리종합사회복지관 장수용 사회복지과장은 "요즘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갑작스럽게 편찮으시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안부전화 드리기' 봉사활동으로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만약 연락이 안되면 우리 복지관으로 연락해 '독거노인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좋은 봉사활동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령화 시대의 '빈곤·질병·고독' 등 노인 '3고'(三苦)중 가장 큰 어려움은 '고독'이라고 말한다. 외로운 노인들의 따뜻한 '말벗'이 되어 외로움을 달래드리기 위해 애쓰는 학생들의 작은 노력의 손길에서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미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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