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작 없었으면 이회창 넉넉하게 승리"

[국회 대정부 질문] 김정훈 의원-이해찬 총리 가시돋힌 설전

등록 2005.06.07 17:58수정 2005.06.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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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당시 대선에서 이러한 정치공작 없었으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넉넉한 표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 총리에게 "당시 대선에서 이러한 정치공작 없었으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넉넉한 표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7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2002년 대선 공작의혹사건'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한판 설전을 벌였다.

김정훈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기획본부장이었던 이해찬 총리에게 "당시 기양건설 문제 등 '공작'에 관여하지 않았냐"며 집중추궁했고, 이 총리가 "공작은 없었다"고 이를 일축한 채 "선한 마음으로 정치를 하라"고 충고하면서 국회 본회의장에 긴장감이 돌았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두 사람의 설전에 끼어들어 김 의원에게 야유를 보냈고, 국회 본회의장은 양측의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정훈 의원에 대해 "질문이 저질"이라며 이 총리에게 "답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차떼기 돈이나 갚아라"며 한나라당 '약점'을 찔러댔다. 이에 김 의원도 "대정부 질문 하는데 이래서 되겠냐"고 맞섰다.

"공작정치 실상 알리기 위해 여기 섰다" - "정치를 곧고 선한 마음으로 하라"

이날 김 의원은 이해찬 총리의 '병풍 쟁점화 요청' 발언에 대해 추궁하면서 제보자 공개를 요구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이 총리는 "검찰 간부가 '국회에서 병풍 문제를 쟁점화해야 수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후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으며 관련 증인신문도 거부했다.

이에 이 총리는 "대선에서 공작활동을 한 적이 없고 당당한 선거를 깨끗하게 치렀다"고 맞선 뒤 "당시 사건은 총리로서 한 일이 아니고, 지금도 제보자가 신원이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제보자 공개를 거부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답변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구린 게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 차례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 총리는 끝내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대선에서 이러한 정치공작이 없었으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넉넉한 표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이회창 후보 다시 나오라 그래요"라며 야유를 보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아마추어가 희망이라는 정신없는 발언을 하고 있고, 대통령의 운영이 미숙하면 총리라도 잘 보필해야 하는데 총리는 경솔한 발언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를 싸잡아 비난했다.


a 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정치공작`이라고 하자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떼기 돈이나 먼저 갚으라`며 항의하고 있다.

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정치공작`이라고 하자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떼기 돈이나 먼저 갚으라`며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바탕 설전이 끝난 후 답변석에서 내려온 이해찬 총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 총리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곧바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가, 5분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질문을 마친 김정훈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한나라당 의석에 앉아 있던 10여명의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잘 했다"고 격려했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 인사를 하기 위해 온 김정훈 의원에게 악수를 청하며 "대단하셨어요"라고 치하(?)했다.

어이없는 표정의 이해찬, 뜨거운 환대 받은 김정훈

다음은 이해찬 총리와 김정훈 의원의 설전 요약.

a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이해찬 총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이해찬 총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 "지난 16대 대선에서 공작정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여기에 섰다. 정치공작이 없었으면 이회창 후보가 넉넉한 표 차이로 당선됐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이회창 다시 나오라 그래")

(이해찬 총리에게 '병풍 쟁점화 요청' 발언에 대해) 당시 천용택 민주당 의원은 '돌로 치고 싶다'고까지 표현했다. 공작정치 잘 하고 있는 판에 총리가 찬물 끼얹으니까 그런 발언 한 것 아니냐."

이해찬 국무총리 "정치를 곧고 선한 마음으로 하라는 충고 드리고 싶다."

김정훈 "제가 개인이 묻는 게 아니다. 국민 대표해 묻는 것인데 총리가 그렇게 충고하려고 하나?"
이해찬 "공작활동 한 적 없다. 선거 당당하고 깨끗하게 치렀다."

김정훈 "천 의원이 그런 말 한 적 있냐, 없냐."
이해찬 "그건 천 의원에게 물어보라. 전 알지 못한다."
김정훈 "그럼 물어보고 말하겠다.(의원들 웃음) 검찰 수사도 끝나고 노무현 대통령 임기도 이제 반 정도 남았는데 제보자 밝혀달라."

이해찬 "지금도 그 분이 공직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
김정훈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것이 공작정치의 특징이다. 누구냐. 국민 대표해서 묻고 있다."
이해찬 "공작정치 한 것 아니다. 총리로서 답변할 일 아니다. 당시 일은 총리로 한 일 아니다. 대답할 수 없다."

김정훈 "뭔가 숨기는 게 있다. 그렇게 떳떳하면 신분 노출 못할 게 뭐 있냐. 검찰에 출석해서 '이런 사유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되지, 공권력 집행하는데 안 나가도 되냐?"
이해찬 "참고인 증언하러 간 것이고 출석 의무는 없다."

김정훈 "(출석 거부에 대한 과태료) 얼마 냈나."
이해찬 국무총리 "50만원 냈다."

김정훈 "잘 했다."
이해찬 "비아냥거리지 마라. 비아냥거리지 마라. 대정부질문을 하라."

김정훈 "벌금 냈다고 해서 잘했다고 한 게 왜 비아냥이냐."
(열린우리당 의원들 "여기가 시장터냐? 유권자들이 보고 있다.")

김정훈 "대통령이랑 골프 치니까 대통령 허리가 괜찮았나."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 "저질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답변하지 마세요.")

김정훈 "국가 원수의 건강에 이상 있다고 했는데, 이상 있다고 해서 질문하는 게 답변이 당연하지."
(열린우리당 의원들 "당신 조용해.")
김정훈 "당신이라니!"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차떼기 돈이나 갚고 얘기해. 질문 수준이 그게 뭐냐.")

김정훈 "대정부 질문하는데, 이래서 되겠냐. 대통령 허리 이상있다고 해서 그걸 질문하는데."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똑바로 물어봐! 빈정대지 말고!")
이해찬 "다시 말씀드린다. 여기는 국민 보는 앞에서 정책을 갖고 상호 성실하게 질문답변하는 자리다. 정부 정책을 갖고 논해야지, 이렇게…."

김정훈 "오늘은 정치 분야다. 정치 분야면 모든 정치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는 거다. 대통령 건강도 아주 중요하다."
이해찬 "답변치 않겠다." (잠시 침묵.)

김정훈 "'대통령이 한 시간 앉아 있기가 힘들다'든지 해야지 국민 불안하게 하는 발언을 하면 안된다. 수고하셨다. 들어가라."

a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마친뒤 박근혜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7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을 마친뒤 박근혜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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