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6.15행사 남북 '어색한 만남'

유럽 동포·유학생 등 250여명 참석...북한대사관측 도중 퇴장

등록 2005.06.08 10:45수정 2005.06.0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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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모습.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환도 베를린 한인회장
행사 모습.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환도 베를린 한인회장이지현

"통일열차 떠납니다. 빨리 빨리 타세요."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유럽동포 6.15공동선언 기념행사가 6월 7일 오후 4시(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베를린한인회가 주최하고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해외준비위원회 유럽공동위(이하 공동위)'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유럽 거주 동포, 유학생, 독일인 등 250여명이 참석했으며 특히 북측을 대표해 주독 북한대사관 로태웅 참사, 이대성 경제비서관이 참석했다.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풍물패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풍물패이지현
행사서두 대회사에서 박소은 공동위 위원장은 이날 행사를 6.15공동선언이라는 깃발을 달고 통일을 염원하며 전진하는 배의 항해에 비유하며 "유럽 동포들이 힘을 모아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지키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베를린한인회 이환도 회장은 "한인회와 민주운동진영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도 과거 해외민주화, 통일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각을 달리하는 동포들 사이에 쌓인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는 첫 걸음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하며 매년 정기적으로 연합행사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이어진 초청강연에서 손기웅(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사는 "각 분야의 교류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남북의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통일방안에 대한 공동연구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밝혔다. 특히 손 박사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어디서든 최대한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청강연 후 베를린 동포들로 구성된 합창단, 풍물패 등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 통일을 염원했다.


북측 관계자, 행사 도중 자리 떠

북측을 대표해 참석한 주독 북한대사관 로태웅 참사
북측을 대표해 참석한 주독 북한대사관 로태웅 참사이지현
한편 행사 중 예상하지 않았던 돌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측을 대표해 참석한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남측 초청강연 내용에 이견을 보이며 준비해 온 원고를 7분여에 걸쳐 발표한 후 자리를 떠 긴장된 분위기가 형성된 것.


이에 대해 남측인사는 "서로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앞으로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고 이에 대해 북측 인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를 떠 결국 북측 참가자 없이 이후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손기웅 박사는 행사가 끝난 뒤 "남북이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앞으로 계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오늘의 행사가 상당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라고 평가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학생 최인수씨는 "내용의 차이를 떠나서 북측이 행사에 참여, 서로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 기회였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국이 통일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참석동기를 밝힌 독일인 마틴(26·베를린 자유대 정치학 전공)씨는 "독일의 경험에서 볼 때 통일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되기보다 힘들고 어려운 대화의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는 것을 지적하며 "인내심을 갖고 남북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틴씨는 "남북한의 통합과정은 독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또 다른 유학생은 "북측의 갑작스런 퇴장이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오늘 만남이 남북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서로가 다르다는 인식은 갈등의 출발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라고 이날 행사를 평가했다.

최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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