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호 X파일' 과연 열릴까

언론-재벌 정치자금비리 사안인 듯... MBC "기사요건 되면 즉시 보도"

등록 2005.06.08 15:30수정 2005.06.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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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자본의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는 일. 이를 위해 기자는 어쩌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불명예와 누명. 자본은 자기보호를 위해 그보다 더한 오명을 기자에게 씌우려 할 것이다. 두려운 가운데 형용할 수 없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명품 핸드백 수수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이상호 MBC 기자가 지난해 12월 28일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 기자는 글을 쓴 당일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 그리고 열흘도 안돼 이듬해 1월 6일 <한겨레>에 「100만원짜리 구찌 가방에 흔들린 '기자와 아내'」 기사가 나가면서 '자본 심장에 도덕성의 창'을 꽂겠다던 계획도 중단됐다.

이후 6개월이 흐른 최근 이상호 기자의 미국 취재를 둘러싼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당시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자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수반하는 일"이라고 언급됐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 뒤 그는 "우리 시대 자본과 언론의 관계에 대한 실체적 내면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혀 정언유착 사안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상호, 다시 마이크를 잡아라"

그러다 지난 5월초 MBC 간판 앵커였던 이인용 전 부국장의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행이 알려지자 이상호 기자는 재벌의 '기자사냥'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는 "자본독재가 과거 군사독재 자리를 이어받았다"면서 "돈이 말하고 돈이 통치하는 돈의 지배가 본격화됐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말 미국으로 떠나면서 남긴 '자본의 심장'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대학교 교수는 지난 3일 <한겨레>에 기고한 「이상호, 다시 마이크를 잡아라」 칼럼을 통해 이상호 기자가 이렇게 나선 데는 "뭔가가 있다"고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모호한 암시로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뉘앙스 게임은 집어치우고 적확한 저널리즘으로 폭로할 것"을 이 기자에게 요구했다.

전 교수는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진실대면의 기회"라면서 "보통 사람의 알권리를 위해 이 기자가 카메라 앞으로 나올 것"을 거듭 주문했다.


이 기자의 취재내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계속 이어졌다. 양문석 EBS 전문위원은 8일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MBC와 이상호 기자, 이제는 말할 때」 칼럼을 통해 "언론사주와 재벌기업의 뇌물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혐의를 밝혀라"고 요구했다.

올초 미국에서 돌아온 이상호 기자를 직접 인터뷰했다고 밝힌 양 위원은 97년 대통령선거 불법비자금 문제와 관련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양 위원에 따르면 당시 이 기자는 취재내용에 대해 "자본의 정관계 전방위 로비의혹이고 수구언론의 정보취재와 특정 정치인 정보보고, 언론사주의 뇌물전달 의혹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권력이라는 권력은 다 걸려 있다"는 이 기자의 말도 덧붙였다.


MBC 보도국장 "기사요건만 되면 그 당일 보도할 것"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MBC는 관련 취재를 거의 마치고 현재 보도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주 해당 재벌기업에 그룹 회장 등 관련자 앞으로 인터뷰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답변 시한인 7일까지 응답이 오지 않은 상태이다.

신용진 MBC 보도국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기사 요건만 갖추게 되면 바로 당일 보도할 것"이라며 "비겁하게 피해가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취재에는 이상호 기자 지휘 아래 2명의 기자가 투입돼 뛰고 있다.

신 국장은 "(인터뷰 요청) 공문에 사인을 한 것은 맞지만 아직 (결과에 대해) 정식으로 보고받지는 못했다"며 "우리의 유일한 두려움은 기사요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것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국장은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기사요건을 갖추려고 한다"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느냐, 배후 수뇌가 누구냐 등에 대해 알권리가 충족될 만큼 취재가 이뤄졌을 때 보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보도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로 "아직 불충하다고 보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근거가 있고 바른 길이라면 보도할 것이고 재벌과 싸움에 굴복하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이상호 기자는 이에 대해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러나 MBC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이번 사안을 보도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조만간 '이상호 X파일' 실체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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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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