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감동 깊은 편지

곤도 다카미 사장의 <세상에서 가장 값진 월급봉투>

등록 2005.06.09 12:42수정 2005.06.09 18:51
0
원고료로 응원
a

ⓒ 좋은생각

인터넷이 각 집집마다 있어 인터넷 뱅킹을 많이 한다. 은행에 가는 번거로움이 없어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편해지는 세상 속에 살면서 점점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곤 왠일인지 무언가 허전하고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느낌이 들고나면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삭막해진 내 주변을 볼 수 있다. 점점 편리해져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지지 않게 되었고, 이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지 오래. 그러면서 점점 주위 사람들과 거리감이 생기고, 가족, 친구, 이웃은 그저 타인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럴수록 아날로그 방식의 추억이 떠오르기 마련. 이 가운데 참 소중한 에세이 집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값진 월급봉투>라는 작품이다. 공과금 납부가 인터넷 하나로 간단하게 처리되는 이 시대에, 그것도 첨단을 이끌고 있는 일본 한 기업에서 월급을 아직까지 월급봉투에 주고 있단다.

통장으로 자동이체 해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다수인 시대, 그런데도 아직까지 월급을 봉투에 주고 있다니 낯선 풍경이다. 이 회사는 일본의 유명 기업 넥시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사의 사장이자 저자인 곤도 다카미가 직접 편지까지 써서 월급봉투에 넣어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편지들을 모아 집필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아마도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 방영되지 않을까. 곤도 다카미는 고등학교를 두 번이나 중퇴하고 19세에 창업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초우량 상장기업을 일궈낸 37세의 젊은 사장이다.

이런 성공 신화가 전하는 훈훈한 감동의 메시지는 우리로 하여금 책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이렇게 수선을 피우며 책에 대해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곤도 다카미는 평소 창업 신념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열두 살이면 성인이 되기까지의 교육이 모두 끝났다. 어느새 시대가 바뀌어 현대의 학교 교육은 장기간의 학습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용기나 끈기 그리고 희망의 소중함과 꿈의 존엄함 같은, 살아간다는 중대한 테마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이는 어른이 되는 동안 점점 빈약해진다. 활력을 느낄 수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살아가기 교육이다. 자신을 좀더 연마하자. 그리고 훌륭하고 반듯한 사고와 신념을 가진 어른이 되자. 그렇게 하면 우리 삶이 더욱 반짝일 수 있다.(p.58)


저자는 창업을 하면서 '회사의 중심은 사원'이라는 신념을 단단히 지키며 하루에 한 번 반드시 직원들과 식사를 같이 하고, 예비사원을 찾는 대학 설명회에 직접 뛰어다니면서 적극적으로 회사를 홍보했다. 그 결과가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훌륭한 회사를 일구어 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생겼으니,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원수가 너무나 늘어난 것이다. 사원들과 많이 만나 친해져야 한다는 신조를 지키기 어려웠던 저자는 그래서 펜을 들게 되었다.


사원들과 일일이 만나 대화를 할 수 없는 대신, 자신의 신념과 젊음, 꿈에 대한 희망, 사원들에 대한 애정을 담은 편지를 매달 월급봉투에 담아 보내기 시작한 것. 짧지만 솔직한 그의 편지글 속에는 월급날 술잔을 기울이면서나 들을 수 있는 값진 충고와 직원들에 대한 잔잔한 애정이 배어 나온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면 부럽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경쟁이 심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이런 감동의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사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겉치레일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이런 애정어린 편지를 받아 보는 곳도 없을 것이다.

점점 더 각박해져 자신만을 챙기는 이때 참 따뜻한 이야기가 아닐까. 더욱이 이메일 덕택으로 손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는 이때 여러가지로 뒤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월급봉투

곤도 다카미 지음, 양윤옥 옮김,
좋은생각, 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5. 5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