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러왔는데 노동이라니..."

시골집의 연휴풍경

등록 2005.06.09 15:42수정 2005.06.09 16:4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기념촬영

기념촬영 ⓒ 임준연

매일 매일을 쫓기듯 생활하는 도시의 노동자들. 그들이 간만에 요양 차(?) 시골집으로 놀러왔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 내려온 지 6개월이 다 되가는데 그렇게들 관심이 없냐. 나를 잊은 것 아니냐.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1박2일의 시간을 못 내느냐. 문자 메시지로, 미니홈피 게시판에 꾸준한 압박을 했고, 이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이 아닌지 추측해본다.

그네들은 한번 가야 되는데 하며 미안해하면서도, 막상 만만치 않은 거리에 부담감을 토로하고 가끔은 토요일도 일해야 하고 일상다반사로 있는 경조사로 가득 찬 주말엔 도저히 시간을 날수 없다고들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 잠시, 나는 내가 얼마나 편하게 한량처럼 살고 있는 지 생각했다.

연휴라 시간이 났다한다. 그러나 연후 아침이라 고속도로는 대만원이었다. 보통 3시간이면 통과할 거리를 새벽같이 나왔는데도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점심식사를 간단히 준비해 고 맞았더니 분위기는 금방 화기애애하다. '

들어서자마자 마당 텃밭에 심어놓은 갖가지 채소와 곡류를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듣자하니 일거리 좀 준비하셨다면서요."
"와서 그냥 놀다 가면 섭섭하죠."
"에이~ 난 그냥 놀러 오는걸루 생각했는데 무슨 노동?"
"먼저 다녀간 우석씨가 너무 힘들어서 이번엔 못 온대요."
"하하하하."


농담반 진담반 섞어가면서 만담이 오고 가고 마당으로 무장하고 나선 친구들. 잡초를 뽑는다. 꽃을 옮겨 심는다. 두둑을 만든다. 이인일조로 다들 열심이다. 30분이 지나서 보니 깔깔대는 소리에 서로 아는 체하면서 나에게 묻는 소리에 활기가 넘친다.

한두 시간을 일을 하고나서 땀을 식힐 겸 가볍게 맥주를 한잔 하고 나서 가까운 해수욕장에 나들이에 나선다. 대충 씻고 정리를 해 놓고 나서 나서는데 한시간정도 걸린다. 차에 앉으니 1시간 거리에 다들 곯아떨어지고…….


곰소항을 지나서 가는 길에 젓갈과 소금을 사가지고 가야겠다며 차를 세워서 소금과 젓갈을 담아간다.

해수욕장은 잠깐 구경하고 돌아와서 어둑해질 무렵 불을 피워 옹기종기 모여 앉은 것이 6명이다. 고기 두 근을 구우며 술잔을 기울일 무렵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달이 기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