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의 '판도라 상자' 열리나

출국부터 귀국, 향후 복귀시나리오까지... 10대 쟁점 해부

등록 2005.06.14 08:06수정 2005.06.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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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8개월여의 도피생활을 끝낸 대우 김우중 전회장이 14일 새벽 5시 57분 인천공항 A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5년 8개월여의 도피생활을 끝낸 대우 김우중 전회장이 14일 새벽 5시 57분 인천공항 A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가 돌아왔다. 만 5년 8개월여만이다. '희대의 사기꾼'부터 '모험적인 기업가'까지 극단의 평가를 받아온 그다. 왜 지금 들어올까. 그동안 어디서, 뭘하고 지냈을까.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김우중의 '판도라 상자'는 열릴까.

김 전 회장의 귀국을 둘러싸고 국내 정치사회경제적인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공과(功過)에 대한 재평가 논란부터, 사면 여부와 재계 복귀 시나리오 등 논란거리도 여전하다. 그의 출국부터 귀국, 그리고 향후 행보 등에 대한 쟁점 10가지를 집중 해부했다.

① 김우중, 왜 하필이면 지금 들어오나

김 전 회장이 마지막 모습을 비춘 것은 지난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대우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 이후 그는 사라졌다. 그리고, 5년 8개월여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서너 차례 귀국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측근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현 정부나 여권과의 교감설이다. 지난해 말부터 여권일부에서 경제인 사면과 함께 김 전회장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올 들어 김 전회장의 복귀 시나리오 등이 나돌면서, 귀국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물론 관련 정치인들과 김 전회장쪽은 사전 교감설을 부인하고 있다.

또 하나는 건강 악화와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올해 나이 69세인 김 전회장은 심장 질환과 함께 장협착증 등으로 건강이 전보다 크게 나빠졌다고 그의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 또 최근 대법원에서 내린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에 유죄 확정판결도 한몫했다고 한다. 대우사태에 대한 공과를 직접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한다.

② 해외 도피인가, 출국 권유 받아 나간 것인가


사법당국을 비롯해 일반 국민의 정서는 해외 도피가 지배적이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등 범법행위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벌을 피해 해외로 나간 것이라는 것이다. 검찰도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주요한 요건으로 해외도피 사실을 꼽고 있다.

하지만 김 전회장쪽은 대우사태 당시 정권으로부터 출국을 권유 받아 나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도 지난 2003년 1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에 직접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피해 있으라"고 강조한바 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김우중씨가 작성한 '국민여런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
김우중씨가 작성한 '국민여런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오마이뉴스 권우성
③ 5년 8개월동안 어디서, 뭘 했나

김 전회장은 자신이 해외에 오래동안 머문 이유는 대우의 몰락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천지와 인터뷰에서, "동양에서는 체면이 대단히 중요하다. 대우가 망했는데 어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라고 심경을 밝힌적이 있다.

그의 5년 8개월의 행적은 베일에 싸여있다. 대신 프랑스 국적을 가진 김 전 회장은
베트남, 중국, 홍콩 등 아시아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수단, 모로코 등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를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도피 생활 중에도 정재계 거물들을 빈번히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프랑스 한 건설회사 자문역으로 일한 적이 있으며, 베트남 신도시 건설 등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다는 설과 자서전 집필 등에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④ 검찰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14일 새벽 김 전 회장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대검찰청 중수부로 신병이 옮겨져 조사를 받는다. 대검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2001년 3월 해외도피 중인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같은 해 5월 기소중지 조치를 취했다.

체포영장을 집행했을 경우 검찰은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과 해외도피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주)대우 등 4개 회사의 41조원의 분식회계 ▲이를 근거로 한 9조2000억원의 대출 사기 ▲(주)대우자동차판매의 최기선 당시 인천광역시장에 대한 뇌물 공여 및 송영길, 이재명 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공정위에서 독점규제 위반과 관련해 허위 자료 제출로 수사의뢰한 혐의 등 4가지 수배 혐의에 대해서만 1차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⑤ 형사 처벌은 얼마나 받을까

김 전 회장의 형사처벌 수위도 관심사다. 41조원대 분식회계와 이를 이용한 9조2000억원 사기대출 등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와 3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 등을 놓고 보면 김 전 회장은 최고 무기징역에 이르는 중형을 선고 받을수 있다.

혐의 가운데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재산국외도피 등은 지난 4월 대법원의 대우그룹 분식회계 관여 임원 판결에서 사실상 확정됐다. 재판부가 "김우중 등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수차례 판결문에 적시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나이가 70세인 점을 감안하면, 남은 생의 전부를 교도소에서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의 법무법인 김&장이 김 전 회장의 변호를 맡고 나선 데다 그의 건강상태와 여론 등에 따라 법원이 뜻밖의 관대한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5년 8개월간의 해외도피 생활을 접고 1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검찰청에 압송돼 차에서 내리고 있다.
5년 8개월간의 해외도피 생활을 접고 1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검찰청에 압송돼 차에서 내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⑥ 3천억원대 민사소송은 어떻게

형사처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13일 현재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는 김 전 회장을 상대로 한 24건의 민사소송이 계류돼 있다. 이들 소송의 액수를 모두 합하면 3100억여원에 달하는 금액이 나온다.

금액이 제일 큰 것은 2003년 5월 제일은행이 대우와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1350억원짜리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002년 9월에 제기한 647억원짜리 대여금 청구소송도 있다. 이 소송은 오는 7월 1일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⑦ 김 전 회장, 남은 재산 있나, 없나

일단 김 전 회장쪽은 국내에 재산이 없다고 전한다. 지난 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 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김 전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재산은 교보생명, 대우중공업, 쌍용자동차 등 계열사 주식 5142만주(평가액 1조2553억원)와 경남 거제도 임야 12만9000평(452억원)이었다.

서울 방배동 자택은 채권단에 의해 2002년 4월 서울지법 경매에서 48억1000만원에 낙찰됐고, 부인 정희자씨 소유의 서울 힐튼 호텔도 매각됐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떠돌며 재기를 시도해온 점을 볼때, 그의 재산이 전혀 없다고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일부에선 김 전 회장이 과거 대우그룹이 설립한 영국금융센터 BFC(British Finance Center)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BFC의 1999년도 입출금거래기록 중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7억 5342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8620억원)의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인 정씨와 둘째아들 선협씨 등이 가지고 있는 포천 아도니스골프장과 경주 힐튼호텔 만해도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⑧ 김우중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까...'초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검찰수사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의혹이다. 지난 98년 전후로 대우그룹 퇴출을 막기 위해 정관계 쪽에 광범위한 금품로비를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줄곧 제기돼 왔다.

대우사태 재판과정에서 대우 전직 임원들은 비자금 사용처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 '모른다', '김 전 회장만 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도 가능한 한 최대한 계좌추적 작업을 벌여 회계부정으로 처리된 돈의 흐름과 사용처를 규명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물론 김 전 회장이 이같은 로비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다른 혐의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입장에서 과거를 고백할 경우 정재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수도 있다. 이른바 '김우중 게이트'다.

⑨ 김우중 재평가 논란과 사면설은?

서울역앞 대우센터빌딩과 힐튼호텔.
서울역앞 대우센터빌딩과 힐튼호텔.오마이뉴스 권우성
사법당국 조사와 별도로, 사회경제적으로는 김 전 회장과 대우에 대한 공과(功過) 재평가 논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 전 회장쪽은 기업가 정신과 세계경영에 대한 재해석과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주위에 적극적으로 대우인들의 생각을 알리고 대우에 대한 공과가 바르게 평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대우 재평가 등을 위한 회원들의 역량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또 과거 대우그룹에 취직했던 386운동권 출신들이 최근 결성한 '세계경영포럼'도 오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3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등 엄청난 국민적 피해를 몰고온 당사자이며, 개발연대식 경제성장 전략의 표본이라는 지적도 높다. 또 '정치적 음모에 의한 대우 타살설'로 은폐하려는 것은 한 때 재계 서열 2위 재벌총수로서 자신의 책임과 명예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사면 역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⑩ 형사처벌→ 사면복권→ 재계 복귀 시나리오?

일단 재계 복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나이도 많은데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예전과 같은 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귀국과 함께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사면과 함께 재계 복귀설이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자칫 국민적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전직 대우쪽 관계자들도 재평가와 사면복권 등의 명예회복은 필요하지만, 경영일선 복귀여부는 신중해야하며,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재계 일부에서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사법적인 처리가 마무리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과거 대우그룹의 정통성을 이으려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원치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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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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