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누에가 고치를 만들었습니다!"

자연의 신비함을 새삼 느낍니다

등록 2005.06.14 10:46수정 2005.06.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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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아~ 장세린~ 이리 와봐."
"왜요 아빠?"
"빨리 와봐. 누에 집 짓는다~."


저녁에 아파트 복도에서 옆 집 아이들과 뛰어놀던 세린이를 급하게 부릅니다. 드디어 누에가 집을 짓고 있습니다. 누에가 집 짓는다는 말에 신발도 벗지 않고 거실로 뛰어 들어옵니다. 저녁을 하고 있던 아내도 앞치마에 손을 쓱쓱 닦더니 누에 있는 곳으로 옵니다.

"어디 어디?"
"봐봐. 여기 하얀 거미줄 같은 게 보이지? 이게 누에 실이야. 신기하지?"

"와! 신기하다. 한 번 만져 봐도 돼요?"
"안돼. 누에가 놀랠지도 몰라."

a 드디어 고치가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고치를 만든 후 2주 정도 지나면 고치를 뚫고 나방이 나온답니다. 대부분 이른 아침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 경이로운 순간을 꼭 봐야 할텐데 혹시나 그 순간을 놓칠까봐 걱정입니다.

드디어 고치가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고치를 만든 후 2주 정도 지나면 고치를 뚫고 나방이 나온답니다. 대부분 이른 아침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 경이로운 순간을 꼭 봐야 할텐데 혹시나 그 순간을 놓칠까봐 걱정입니다. ⓒ 장희용

아이와 한참 입에서 실을 뽑고 있는 누에를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꿈틀꿈틀 기어 다니는 것이 징그럽고, 뽕잎을 바꾸어주면서 청소할 때마다 자꾸만 손에 닿을 것 같아 무서웠는데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드는 것을 직접 보니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실을 뽑고 있는 동안에는 뽕잎을 안 먹고, 이틀 정도는 계속해서 실을 뽑는다고 하네요. 실을 뽑고 있는 누에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에가 오줌 같은 것을 눕니다.


"이게 뭐야? 오줌인가? 누에도 오줌을 누나?
"맞아요. 누에 오줌이에요. 저희 집 누에도 오줌 누었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옆 집 아이가 대답을 해 줍니다. 세린이하고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데 7살이라 그런지 제법 똑똑하게 말합니다.


"그렇구나. 누에도 오줌을 누는구나. 아저씨는 몰랐는데, 다연이는 똑똑하네."

고치를 만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누에

누에를 한참동안 지켜봅니다. 처음에는 누에를 넣어 둔 사각형 플라스틱 그릇 맨 아래쪽 모서리와 모서리 사이를 실로 연결합니다. 몇 가닥을 연결해 놓더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위쪽으로 올라오더니 위쪽 모서리를 서로 연결합니다.

순간 아주 가까이에서 누에를 지켜보고 있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누에가 고개를 쳐들고 올라오는 바람에 또 예전 생각이 나서요.

세린이는 하나도 안 무섭다며 오히려 더 가까이 눈을 댔지만 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에를 봅니다. 그런데 누에가 자꾸만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실을 산만하게 흩어 놓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누에고치는 타원형인데 도대체 아무리 보아도 고치모습이 아닙니다.

'혹시 이 플라스틱 그릇이 미끄러워서 실이 잘 붙지 않아서 그런가?' 순간 처음 누에를 키우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을 때, 집을 지을 때는 나뭇가지 같은 것을 놓아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납니다. 아내한테 얼른 밖에 가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오라고 합니다.

그때서야 아내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우유팩을 가지고 옵니다.

"이거 놓으면 된대."
"이게 뭐야?"

"유치원에서 누에 가져올 때 같이 가져온 거야. 이거 놓으면 된대."
"그래. 근데 이거 어떻게 놔? 가운데다가 놔, 아니면 가장자리에 놔?"
"그러게? 지금 모서리에 집 짓는 것이 그 근처에다 뉘어서 놔봐."

제대로 준비를 해 주지 않아 누에가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괜히 누에한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누에가 놀랠까봐 조심스럽게 누에 근처에 놓습니다.

장태민! 자꾸 건드리면 누에가 놀란단 말이야

자꾸만 쳐다보면 혹시 누에가 고치 만드는 데 방해가 될까봐 누에 보기를 잠시 멈추고 식탁으로 갑니다. 그런데 태민이가 자꾸만 손으로 누에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집을 건드립니다.

"태민아, 이리 와. 누에가 놀래서 고치를 안 만들지 몰라."

하지만 2살 난 아들이 그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요. 뭐가 좋은 지 '우우'하면서 자꾸만 집을 건드립니다. 처음 누에를 가져왔을 때부터 태민이는 누에를 좋아했는데, 자기 눈에도 뭔가 달라진 것이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계속해서 오라고 해도 누에를 건드리자 참지 못한 장세린, 얼른 뛰어가서 동생을 번쩍 안고 옵니다. 물론 태민이는 바동거리며 안 온다고 버텼지만 3살 많은 누나의 힘 앞에 당할 재간이 없었던지 두 발이 땅에 끌린 채로 누나한테 안겨옵니다.

"누에가 놀란단 말이야 장태민. 그럼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누에가 나방이 안돼. 알아?"

세린이가 눈을 치켜세우며 동생을 훈계(?)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훈계가 못마땅한지 태민이는 '앙앙' 울며 엄마 품 속으로 들어갑니다.

저녁을 1등으로 먹은 나, 얼마나 고치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누에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세린이가 안된다며, 자기랑 같이 가야 한다며 밥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놓습니다. 덩달아 태민이도 의자에서 내리려고 그러는지 부산을 떱니다.

"어떻게 애들보다 더 하냐. 가만히 좀 있어. 애들 밥이나 먹고 나서 가던가 해라."

보다 못한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다시 식탁 의자에 앉았지만 궁금증이 더해 갑니다. 괜히 딸을 재촉합니다.

"장세린, 빨리 좀 먹지?"
"알았어. 잠깐만."

하지만 더딥니다. 급한 김에 세린이 숟가락을 빼앗아 제가 대신 밥을 먹입니다. 입안에 밥이 있으면서도 빨리 누에를 구경할 욕심에 제가 주는 대로 우걱우걱 밥을 받아먹는 세린이를 보니까 갑자기 웃음이 나왔습니다. 세린이는 뭔가 자기를 놀린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또 다시 숟가락에 한 가득 밥을 떠서 들고 있는 저를 보더니 화난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빠아~ 지금 장난하냐!
"아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장세린."

엄마가 꾸중하자 우리 딸 눈시울이 금세 붉어집니다. 여차하면 울 태세입니다.

"애한테 왜 그래. 세린아 아빠가 미안. 천천히 다 먹고 우리 누에 구경하자. 알았지?"

밥을 잘 먹지 않는 태민이가 밥을 다 먹는 길고 긴(?) 1시간 정도의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세린이와 저는 누에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태민이도 뒤에서 뛰는지 걸어오는지 뒤뚱거리며 따라 오네요.

a 처음에는 징그럽기만 하던 누에가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징그럽기만 하던 누에가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크나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 장희용


이제 본격적으로 고치를 만들려고 하나봅니다

"와! 이것 봐 세린아."

아까 놓아 준 삼각형 우유팩하고 양 모서리하고 연결해 모서리 안쪽으로 삼각형 모양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삼각형 안쪽 가운데에서 누에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 고치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틀 정도면 고치가 완성된다고 하네요.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잠들기 전까지 누에는 그렇게 우리 집에 한바탕 행복한 소란거리를 만들어 줬습니다.

"누에야 고맙다! 나방이 될 때까지 잘 돌봐줄게."

드디어 고치가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고치를 만든 후 2주 정도 지나면 고치를 뚫고 나방이 나온답니다. 대부분 이른 아침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 경이로운 순간을 꼭 봐야 할 텐데 혹시나 그 순간을 놓칠까봐 걱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12일 저녁부터 고치를 만들기 시작해 13일에 고치를 완전히 만들었습니다. 지금 누에는 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변하고 있을 겁니다. 2주 후면 나방이 된다고 합니다. 고치를 뚫고 나오는 나방. 그 순간을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대부분 이른 아침에 고치를 뚫고 나온다는데 혹시나 못보면 어떡하지요?

덧붙이는 글 12일 저녁부터 고치를 만들기 시작해 13일에 고치를 완전히 만들었습니다. 지금 누에는 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변하고 있을 겁니다. 2주 후면 나방이 된다고 합니다. 고치를 뚫고 나오는 나방. 그 순간을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대부분 이른 아침에 고치를 뚫고 나온다는데 혹시나 못보면 어떡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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