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노코멘트... 조용히 넘어갔으면"

재벌들, 김우중 귀국 행보에 촉각...선처론·사면론엔 대체로 공감대

등록 2005.06.14 16:47수정 2005.06.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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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8개월동안 해외도피한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14일 새벽 5시 59분경 인천공항 입국장 A구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5년 8개월동안 해외도피한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14일 새벽 5시 59분경 인천공항 입국장 A구역에 모습을 드러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구명운동은 무슨...난감하지요. 공식입장을 낸다는 것도 아직 검토한 바 없고, 김우중 회장에 대한 액션은 아직 없어요. 일단 (검찰수사 등을) 지켜보고..."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임원의 말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을 놓고, 일부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전경련이 구명운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보도에는 아예 손을 흔들어댔다. 김 전 회장의 정치사회적 논란을 의식한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일부 과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 부분에 대해선 인정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덧붙였다.

재계, 김우중 태풍 어디로...'노코멘트', '그룹 이름 쓰지말라'

재계가 '김우중 태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풍이 어디로 방향을 틀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데다, 자칫 반(反) 기업정서와 맞물리면서 재계 전체가 태풍에 휩쓸릴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올해 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생각에 잠겼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올해 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경제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생각에 잠겼다.이종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계 단체와 삼성, LG, SK 등 재벌들은 일단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부 재벌 관계자들은 아예 '노코멘트'로 일관하거나, 기사에 자신들 그룹 이름 자체가 나가는 것을 꺼렸다.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 해체과정 당시 전경련 회장을 지내면서, 정부의 재벌간 빅딜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의) 과오도 있지만, 고령인데다, 경제발전에 그동안 기여했던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계 차원의 선처를 바라는 입장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아직 김 전 회장에 대한 선처 등을 공식적으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은 여론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워, 좀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16일, 재계 빅4와 이해찬 총리 회동에 관심...

대신 오는 16일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강신호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빅4 회장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가 전경련 회장단 회의 이후에 열리는 만찬 겸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 총리와 전경련 회장단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와 회장단은 경제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김 전 회장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차원에서 (김 전회장의) 선처를 구하는 등의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정리된 바 없다"면서 "이번 회장단 회의에서도 공식 안건으로 올라있지 않지만, 회장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올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통해 잘못한 게 있으면 대가를 치르고, 이후 그분이 그동안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분을 (정부가)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다른 기업인들과의 형평성이나 경기 회복을 위해서 사면 등의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벌들 "정치자금으로 불똥 튀면, 경기 회복에 찬물"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서 재벌그룹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서 재벌그룹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남소연
삼성·LG·SK 등 주요 재벌들은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대해 일절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대부분 그룹 이름을 빼달라거나, 익명을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삼성자동차 빅딜 무산으로 대우 김 전 회장과 악연이 있는 삼성그룹은 구체적인 입장 밝히기를 삼갔다.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 빅딜 무산'과 '삼성 금융사의 대우 자금 상환' 등에 대해선 "과거의 일"이라며 언급 자체를 꺼렸다. LG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A 그룹의 한 임원은 "대우 해체과정에서 김 전회장이 삼성에 많이 속상해 했을 것"이라며 "재벌 금융사 가운데 대우 여신을 가장 먼저 회수해가기 시작한 곳이 삼성이고,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 빅딜도 합의 됐지만, 결국 안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B 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고, 별다른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면서 "하지만 자칫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에 이어 정치자금 등이 터져 나오게 되면,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우)그룹도 해체된 마당에, 과거의 일에 대해 너무 얽매이지 말고, 신속하게 진행됐으면 한다"면서 "김 전회장 문제가 자칫 반(反)기업정서를 불러일으키거나, 사회경제적 논란을 증폭시킬 경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벌들은 '김우중 태풍'이 거대한 태풍이 아닌 '찻잔속의 태풍'으로 마무리 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과연 재벌들의 생각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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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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