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오늘은 어떤 즙을 드실래요?"

알로에즙부터 양파즙까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아내의 '즙사랑'

등록 2005.06.15 12:00수정 2005.06.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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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오늘은 어떤 걸로 드실래요?"


오늘 아침에도 아내는 두 개의 컵을 내어 놓습니다. 하나는 붉은색이고, 다른 하나는 초록색입니다. 나는 초록색 잔을 들고 쭉 마십니다. 아내는 붉은색도 마셔보라고 권하지만 나는 '위가 부담스러워 한다'며 가볍게 물리칩니다. 아내는 아쉬운 눈길을 보내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아침에 마신 초록색 액체는 '알로에즙'입니다. 알로에는 김해 한림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사 온 것인데, 보름에 한번 꼴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처제와 함께 구입을 합니다. 아내는 알로에의 가시가 있는 부분과 껍질을 깎아내고 요구르트를 넣어 갈아서 만듭니다.

"당신, 알로에가 얼마나 좋은지는 아시죠? 당신이 드신 알로에는 '사포나리아'란 품종인데, 암에 효과 있다는 '사포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에요. 알로에는 일반적으로 우리 몸의 헐은 곳(궤양)에 효과가 있다고 해요. 아들의 아토피에 알로에 껍질을 바르니 효과가 있었죠. 그래서 당신이 바다에서 낚시하다가 빨갛게 탔을 때도 바르지요."

a 알로에(열잎 든 한박스에 일만 오천원)

알로에(열잎 든 한박스에 일만 오천원) ⓒ 한성수

아내는 알로에 농장에서 들은 것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표정도 사뭇 진지해 보입니다. 얼마 전 송 선생과 바다에 가서 같이 햇볕에 노출되었는데, 송 선생의 팔뚝은 껍질이 많이 벗겨져서 보기가 흉한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은 보면 그 효과를 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붉은 액은 '토마토즙'인데, 다른 것을 가미하지 않고 그냥 토마토만으로 갈아낸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색이 파랗게 변한다'는 속담이 있대요. 그만큼 토마토가 건강식품이라는 거죠. 토마토에는 각종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고, 알카리성 식품이어서 고기를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답니다."

a 어느 것을 드실래요? - 알로에와 토마토즙

어느 것을 드실래요? - 알로에와 토마토즙 ⓒ 한성수

또 얼마 전까지는 매일 아침에 마와 우유를 함께 갈아서 만든 ‘마즙’이 올라 왔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니 마를 갈면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는데, 그 끈적끈적한 성분에 사포닌과 아르기닌이 들어 있대요. 사포닌은 염증을 제거하고 혈압을 정상화하며,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아르기닌은 지혈작용을 하고 상처를 회복시킨다고 되어 있었어요. 마는 대표적인 성인병이라고 할 수 있는 당뇨병에도 좋대요."

요즘은 마에서 토마토로 종목이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제철에 나는 식품이라야 값도 싸고 싱싱하다'고 짧게 대답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조금 있으면 명랑한 목소리의 녹즙아주머니가 가방을 들고 사무실 문을 들어섭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하면서 내게 다가옵니다.

"얼굴을 보니 어제 술 드셨구나! 오늘은 이걸 드세요."

아주머니는 감식초를 내어 놓습니다. 녹즙은 피로를 풀고 비만을 막을 뿐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서 항암 효과도 있다는 권유로 일년 전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주머니, 이번 달만 먹고 그만 먹을랍니다. 집에서 아내가 매일 다른 즙을 갈아주거든요."

아주머니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아내는 '건강을 위해 녹즙은 계속 받아 먹어라'고 권하지만 녹즙 값도 만만치 않아서 진즉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퇴근을 해서 책상에 앉으면 어김없이 아내는 소반에 갈색즙이 든 팩을 가져다 줍니다. 바로 양파즙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어도 건강한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바로 양파를 많이 먹기 때문이래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공사에 동원되었던 노예들에게 피로회복을 위해 양파를 먹였대요. 고혈압에도 좋고 특히 스테미너 식품이라고 방송에서 보았어요."

말을 마친 아내의 볼이 발갛게 달구어져 있습니다.

한밤중에 딸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자마자 아내는 다시 냉장고로 달려가서 병뚜껑을 엽니다. 바로 매실즙입니다.

"매실즙은 위장병에는 그만이래요. 또…."

아내가 사랑하는 각종 즙들이 실제로 우리가족의 건강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 내가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제철에 맞게 권하는, 아내의 '즙사랑'때문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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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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