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내려앉은 농촌의 아침

들판에서 맞은 하루의 시작

등록 2005.06.20 10:59수정 2005.06.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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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식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산등성이로 해가 솟아오르니 산 그림자 뒤에서 할머니 두 분이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시골 아낙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만종'이 추수를 하는 그림이라면 이 사진은 파종을 하는 장면이다. '만종'이 저녁이라면 이 사진은 아침일 뿐.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의 평화로움과 순종하는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전희식
흰 머리와 구부정한 허리. 쪼글쪼글한 얼굴 주름살이 일구고 있는 밭이랑처럼 하나하나 늘어만 가시는 우리 동네 최고령 할아버지다. 올해 여든 다섯이시다. 나의 개인 농사선생이기도 하다. 당신 하라는 대로 안 했을 경우 불호령이 떨어진다. 밭에서 내가 안 보이면 우리 집에 들러서 사사건건 관여하신다.

전희식
나란히 엎드려 도란도란 이야기도 깊어라. 한 해 농사얘기, 도회지 나가 사는 자식얘기, 동네 이웃집 얘기, 농사일 하는 동안 삶의 실타래를 줄줄이 풀어놓는다.

전희식
할아버지 일 하시는 것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절대 힘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부로 힘을 쓰지 않는다기보다도 아예 힘을 들이지 않고 일을 한다는 느낌이다. 살랑살랑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안 지칠 정도로만 일을 한다. 괭이질 한번도 무리하게 하는 법이 없다. 숨을 헐떡이지도 않고 땀도 흘리지 않는다.

전희식
몇 번을 조르고 애원(?)하여 카메라 앞에 세웠다. 수줍은 새색시처럼, 머쓱한 시골 처녀처럼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섰다.

전희식
아침이 밝아 오는 동안 마을 뒤 저수지는 멀리 안개가 휘감고 올라가는 뒷산과 흐릿한 하늘을 거울처럼 품에 안고 가볍게 얼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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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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