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자른 탐스런 양파들정명희
결혼하던 해 초겨울, 유난히 맛이 좋은 겨울 시금치를 베러 밭에 갔다가 양파의 어린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 여린 모습으로 삼동을 난다는 것에서 묘한 감동을 받았다. 모진 겨울을 이겨냈기에 양파의 굵은 알뿌리가 그렇게도 탐스러운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마다 양파를 수확하는 철이면 형님과 나는 일꾼으로 차출되곤 하였는데 우리에게 그것은 아주 영광스런 일이었다. 빨간 색의 양파망에 양파를 넣는 일은 나름대로 기술이 필요하기에 시어머님과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시고 형님과 나는 주로 양파 잎을 자르는 일을 하였다.
가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빠른 속력으로 '쏙삭쏙삭' 자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였다. '가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에는 못 미치나 어디 일꾼으로 차출되어도 손색없을 만큼 양파 자르는 솜씨가 갱신됐는데 시부모님은 힘에 부쳐 올해로 양파 농사를 그만 한다고 하셨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다시는 양파 수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섭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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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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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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