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친 짓이다

엄마 환상·모성신화 부추기는 사회 비판서 <엄마는 미친 짓이다>

등록 2005.06.22 09:52수정 2005.06.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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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 chy@iwomantimes.com]

결혼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 안정'을 자신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결혼한다 해도 출산을 망설이는 가정도 늘고 있다. 육아의 짐이 만만찮은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돈도 많이 든다.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만한 사회 시스템도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이기에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프리즘하우스)라는 책이 더욱 눈에 띈다. 여성들이 '모성의 신화'를 통해 출산, 육아, 일을 모두 감수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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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엄마는 미친 짓이다>는 프랑스에서 딸을 낳아 키운 경험이 있는 지은이가 보육제도가 미약한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 겪은 체험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는 엄마의 환상과 모성의 신화를 부추겨 여성들을 억압하는 '사회의 공기'를 비판한다. 또 그 원인을 역사, 언론, 문화, 페미니즘 자료를 분석해 제시한다.

이 책은 엄마들이 자신들의 영혼을 침식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아는 내팽개치면서도 아이들의 교육과 장래, 성격, 건강에 혼신을 다하고 비정규직에 몸담고 같은 차별을 감수하면서도 아이들을 키워내면서 자신을 옥죄고 있다는 것.

지은이는 엄마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모성의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엄마 노릇에 대한 환상을 벗어 던지라"고 주장한다. 그 환상은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의 역사와 산업사회,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언론, 그것들을 짐짓 모른 척하는 정부의 제도가 만든 '망령'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삶을 모든 면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믿음, 삶이란 개인적인 선택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믿음, 우리의 한계는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며 우리의 문제는 공공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 사적인 일일 뿐이라는 믿음 등은 '엄마에 대한 환상'으로 야기되는 혼돈"이라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그 '혼돈'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엄마라는 종교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으로 바꿔 놓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권유한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멍이 퍼렇게 들도록 두들겨 패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잠깐 쉬자. 우리 자신의 마음과 영혼 안에 있는 사슬에서 자아를 자유롭게 풀어주자.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지은이는 프랑스의 보육문화를 그리워한다. 최소 4개월의 유급 출산휴가, 최장 3년까지 직책이 보장되는 육아휴직, 매월 105달러씩 현금으로 제공되는 육아 보조금…. 어디 제도만 있나. 성숙한 문화도 있다.


지은이는 "애 둘을 낳고도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밤에 저녁 먹으러 외출하면서, 남편과 둘이서 짧은 휴가를 다녀오면서, '죄책감'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어린 자녀가 있어도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고자 하는 여자에게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에서부터 건강한 보육문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덧붙이는 글 |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 지음|임경현 옮김|피리즘하우스 펴냄|12,000원)

덧붙이는 글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 지음|임경현 옮김|피리즘하우스 펴냄|12,000원)

엄마는 미친 짓이다

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프리즘하우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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