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를 사냥한 토비오창경
우리가 나갔을 때는 이미 바둑이의 엉덩이에서 새끼의 상반신이 반쯤 나온 상태였습니다. 이제 겨우 한 살인 바둑이의 첫 출산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토비의 경우, 항상 미리 출산할 장소를 만들어 놓고 자신이 알아서 안전하게 출산을 해온 터라 바둑이도 당연히 그럴 줄 알고 우리는 바둑이의 출산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지요.
고통스럽고 당황스런 기색이 역력한 바둑이는 콩을 삶는 가마솥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더니 잿더미 속에 새끼를 낳고 말았습니다. 재투성이가 된 강아지는 숨을 안 쉬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우리는 사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강아지가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바둑이가 아예 아궁이 속에 보금자리를 잡으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거처를 마련해서 옮겨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산통 중인 바둑이가 주인이 부른다 해서 아궁이 속에서 나오겠습니까? 하는 수 없이 집게를 가져와 새끼를 살짝 꺼내서 급하게 마련한 거처로 옮겨 놓은 다음에 바둑이의 출산을 도와줄 작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