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회장 "김우중과 나는 백지 한 장 차이"

세계상공회의소 총회 참석... "IOC위원 사퇴 밀약 있을 수 없다"

등록 2005.06.23 12:28수정 2005.06.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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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장.권우성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사퇴 외압 의혹 보도와 관련해, IOC위원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내가 (김 위원의) 사퇴과정을 아는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밀약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문제에 대해,"솔직히 나도 판단 한번 잘못하면 실패한 기업인이 된다"면서 "실패한 기업인과 나는 백지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간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다"면서 "너무 실패한 기업인을 매도할 필요도 미화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상공회의소(WCC) 총회에 참석중인 박 회장은 이날 더반 힐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IOC 위원 사퇴 과정서 밀약같은 것은 있을수 없다"

그는 이날 김 전 회장 문제에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 회장은 "사법적인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역사적인 판단은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가 왈가왈부 한다고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어 "이건희 삼성회장이 말한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니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공존하고 있다"면서 "객관적인 평가를 지금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최근 김운용 IOC 위원의 사퇴과정에 대한 논란에 대해, "IOC 위원이 되고 말고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김 위원의) 사퇴 과정을 잘 아는데 (외압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40평대의 주택까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수 없지 않나"

부동산 값 폭등에 대해서는, 그는 "국내 집값 문제는 강남 등 일부지역의 문제"라며 "공급을 늘려야 주택문제가 해결 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공영개발론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25.7평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늘리는 일"이라며 "40평대 규모의 주택까지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는 없지 않나. 그 부분은 시장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언어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경제규모에 맞지 않게 뒤처진 대우를 받는다"며 "영어를 잘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국제화와 동떨어진 교육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 세계상공회의소총회(WCC) 총회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영어가 가장 큰 문제다. 사람들은 국제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니까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알고 있는데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다. 영어는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인 것 같다. 영어가 안되니까 국제회의 나오면 뒤로 빠지고 의견개진을 못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국제화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고쳐야 한다. 조기유학이나 기러기 아빠를 탓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다면 국내에서도 초등학교부터 학교에 외국인 교사 1명씩을 배치해 외국인에 대한 공포감이라도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 김운용 전 IOC위원의 사퇴가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밀약같은 것은 있을수 없다. 내가 (김 위원의) 사퇴과정을 아는데 사실과 다르다. IOC위원이 되고말고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IOC위원은 개인회원이 70명, 선수출신 15명, 국제기구 단체장 15명, 각국 체육회장 15명 등으로 구성한다.

IOC회원국이 195개국이어서 개인회원을 한나라에 2명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우리 나라가 개인회원 2명이 되는 것은 이제 쉬운일이 아니다. 이제 국제연맹이나 대한체육회 회장직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 김우중 전 회장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사법적인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역사적인 판단은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 우리가 왈가왈부 한다고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지나야 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말한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니 선처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공존하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를 지금 하는 것은 무리다.

일단 사법부의 재판을 통해 사법적인 평가가 나올 것이고 우리 경제에 미친 김우중 전 회장의 공과 문제는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해당사자가 다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차분하게 지켜보자.

김우중씨 뿐 아니라 실패한 기업인들은 많다. 30대 그룹가운데 IMF를 거치면서 18개 가량의 그룹이 해체됐다. 김우중 전 회장 1명만 잘하고 나머지는 잘못한 기업인은 아니지 않느냐. 솔직히 나도 판단 한번 잘못하면 실패한 기업인이 된다.

실패한 기업인과 나는 백지 한 장 차이다. 순간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다. 평가를 위해서는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실패한 기업인을 매도할 필요도 미화할 필요도 없다."

-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공급을 늘려야 주택문제가 해결된다.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살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최소한의 주생활 기준이 25.7평의 공급만을 늘려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요가 많은 넓은 평수 주택에 대한 공급이 필요하다. 또 국내 집값 문제도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도 부동산 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신도시 개발보다 강북 개발이 더 중요하다는 일부 청와대 인사의 판단에 공감한다. 특히 강북에 좋은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25.7평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늘리는 일이다. 40평대 규모의 주택까지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는 없지 않나. 그 부분은 시장의 몫이 될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40평 짜리 아파트 공급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선에서 끝나겠는가. 60평,70평으로 계속 욕구가 높아질 것이다.

그같은 욕구를 정부가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민이 명문대학에 갈 수 없다. 경쟁을 통해 해결해야지 모든 사람이 다 잘 살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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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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