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결식아동, 어렵지만 해결할 수 있다"

복지분야 종사자 3인에게 들은 군산 결식아동 문제와 해결 방안

등록 2005.06.23 15:41수정 2005.06.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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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방학, 군산은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실도시락’ 사건 이후 군산시는 민관이 참여하는 ‘군산시아동급식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역 내 결식아동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이 시점까지 바람직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에 군산시가 결식아동에 대해 일률적으로 ‘식품권’을 주기로 결정하자, 지역의 많은 복지종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지역에서 복지의 많은 영역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결식아동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행정기관의 안일한 문제인식을 꼬집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주장하는 합리적 대안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지역에서 복지현장을 지키고 있는 세 명 활동가를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연속으로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현 복지의 문제점과 올바른 지향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복지를 사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격 없다"

군산의 내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이자 군산열린교회 조규춘 목사. 군산에서 7년 동안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있다. 조 목사의 부인은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까지 얻어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a 군산의 내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이자 군산열린교회 조규춘 목사. 군산에서 7년 동안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있다

군산의 내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이자 군산열린교회 조규춘 목사. 군산에서 7년 동안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있다 ⓒ 장희용

우선 조규춘 목사는 시간을 거슬러 부실도시락 사건부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조 목사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완전히 씻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오랫동안 헌신을 가지고 일을 해 온 많은, 이름 없는 복지봉사자들의 아픔을 토로했다. 조 대표는 “그 분들의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은 뒤로하고, 그렇다면 그 사건 이후 과연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반문하면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해 “복지의 당연한 혜택을 누려야 할 권리자(결식아동)들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행정의 편의주의식으로 복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와 관련된 사람들 중 일부는 수익성이나 혹은 복지사업을 통해 다른 이익을 취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복지사업을 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복지를 하려면 헌신성과 진정성이라는 복지의 기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목사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교회를 가지고 있는 군산지역의 500여 교회들이 복지를 교회 성장의 수단이 아닌, 믿음의 결과로 드러낼 때 교회가 귀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관 파트너십 필요, 하지만 관이 주도해서는 안돼”


배형원 회장 역시 지역복지계에서는 알아주는 강단 있는 분으로, 군산시 등 공적 영역의 복지부문 공무원들과 자주 대립각을 세운다. 행정이 복지정책을 제대로 펼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군산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열림터 어린이집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최적인 복지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다.

군산사회복지사 협회 회장인 배형원씨는 다양성과 고품질의 국민 복지요구에 비해 정부(지방정부)의 복지 마인드가 여전히 행정관료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최적의 복지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회장은 지난 부실도시락 사건 이후 정부나 지자체가 수립한 대책은 ‘부실하게 급조된 정책’임을 강조하면서 “이후 달라진 것이 없음은 정부의 부실한 복지마인드와 그에 따라 복지정책이 최저의 지원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 상황을 바로잡은 방법으로 배 회장은 관 주도형보다는 ‘민·관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민관파트너십이 형성되어야만 복지를 실행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배 회장은 ‘민·관 파트너십’에 있어 지금까지의 형태, 즉 관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관이 일정 공공영역의 복지를 책임지고 있지만 그것은 지원일 뿐 복지서비스가 아니라는 지론에서다.

배 회장은 또한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산시라는 지방정부의 특성상 외부의 후원단체 및 복지기금의 조성방안 ▲전달체계상의 비용의 최소화 ▲푸드뱅크사업의 극대화 ▲지역사회의 종교단체 및 장기간 상당수의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단체, 개인 등을 확보하여 업무분산효과 기대 ▲지역사회 인적자원의 마인드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 ▲근본적으로는 복지소비자들로 하여금 결식아동의 발생원인을 찾아서 자활지원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복지를 공급하는 일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식아동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먼저 이루어져야”

배인재 부장은 군산 나운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헌신성을 지역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지난해 겨울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 일은 전국의 모범 사례가 될 정도였다.

나운종합사회복지관 배 부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복지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배 부장은 “결식아동 문제가 단순히 밥만을 주는 급식 아닌 아동의 권리와 행복에 직결된 포괄적인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실천적인 문제에 있어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는 지역사회 내의 복지 공급자원 총량조사 및 복지소비자(아동)의 욕구조사, 그리고 두 번째로 군산의 경우 사회복지관, 자활후견기관, 지역아동센터 등 대표적인 사회복지 기관들이 일부 지역에 매우 밀도 높게 포진되어 있어서 급식전달 능력의 편차가 크다면서 급식공급자원의 권역별 역량분포를 확인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선 조규춘 목사의 지적과 동일한 문제로 아동급식문제의 해결은 정부 및 사회복지기관들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또 다른 제3섹터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계, 자원봉사조직, 학교, 전통적인 행정 협력조직들이 저마다의 조직 이해를 버리고 복지라는 큰 틀에서 모여야 함을 강조했다.

'군산의 결식아동, 어렵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제기한 대안들 속에서 행정은 빠지지 않고 그 역할론이 나왔다. 결국 지역의 복지는 민간단체만이 해결할 수 없으며,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해 행정이 편리한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세 사람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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