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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신지가 벌써 2주일이 되었습니다. 최초 예상했던 '장협착증'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병명을 생각했었는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전립선암말기'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습니다.
며칠 전 비뇨기과 담당교수님으로부터 최종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전립선암 말기'라는 것이며, 현재상태로서는 치료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고환제거수술을 받고 퇴원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 둘째, 퇴원을 해서 3개월에 한번씩 통원치료하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컴퓨터단층촬영으로 찍은 아버지 전립선암의 사진을 보았을 때 거의 지름이 15cm가 넘을 만큼 너무 늦어버린 상태였으며 간과 폐, 뼈까지 전이가 되어 있는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희 가족은 완전한 회복에 대한 기대는 저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낱 희망을 걸고 담당교수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교수님 저…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얼마나 더 사실 수 있을까요?"
"글쎄요 뭐라고 단정 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다 다릅니다. 전립선암 말기의 경우는 보통 5년 동안 생존확률이 20~30%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일반 암과 달라서 주사와 약물치료를 하면 평소의 진척속도보다 많이 느려진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또한 전립선암조직 자체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아… 최고 길어야 5년… 아니 3년… 아니 어쩌면 2년… 최악의 경우는 올해를 못 넘기시는 것은 아닐까?'라는 방정맞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결국, 어머니와 형님들과 상의를 해서 고환제거수술은 하지 않고 두 번째 치료방법을 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는 말기라는 것을 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버지를 퇴원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입원 후 2주일차가 되던 날 아버지의 모습은 어머니의 말씀을 빌리자면 "첫 주에는 한시도 침대에 앉아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돌아다니면서 어찌나 수다를 떨던지 오죽하면 18층 반장이라고 소문이 다 나지 않았건냐? 그런데 이번 주 들어와서는 기운이 없으신지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침대에 누워계시거나 의자에 멍하니 주로 앉아 계시니 왠지 마음이 짠허다."
아무튼 오늘 퇴원을 하시기는 할 텐데 자식 된 도리로서 정말로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습니다. 모쪼록 5년 내에 생존하실 확률인 20~30%내에 속하는 아버지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뿐 속절없는 시간과의 싸움… 휴….
지난 주 주말을 맞아 잠시 외출을 받아서 저희 집에 모시고 왔었습니다. 낮에 갑갑해 하실까봐 주말농장에 모시고 갔더니 프로농사꾼으로서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시고 모처럼 만에 본 6살배기 손녀딸의 애교에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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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만에 웃음을 보이신 아버지 ⓒ 김기세
앞으로도 위의 사진처럼 활짝 웃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되길 기원드릴 뿐입니다. 요즘 출퇴근을 하면서 틈틈이 메모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해야 할 10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하고 말입니다.
많은 분들의 좋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저희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해드려야 할 일이 있다면 많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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