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 힐의 땅속운행 엘리베이터의 승차장 입구정철용
그러한 명성 탓인지 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는 승차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왕복 요금이 어른 1달러, 어린이 50센트.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는 안내양(그러나 한국에서처럼 산뜻한 제복을 입은 미모의 젊은 여성이 아니라 수수한 옷차림을 한 중년의 아줌마였다)에게 돈을 지불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내부는 넓기는 했어도 목재로 마감된 낡은 벽은 이 엘리베이터가 아주 오래된 것임을 역력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덜커덩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약간의 공포감마저도 들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조그만 창문 하나 뚫려 있지 않고 꽉 막혀 있어서, 우리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시선을 둘 데가 없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1분 정도 내려가서 멈춰선 지점은 66m 아래쪽. 그 지하를 언덕 아래쪽 도로변에서 시작된 205m의 수평 터널이 지상과 연결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터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마치 방공호를 연상시키는 어두컴컴하고 삭막한 터널을 둘러본 후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호출하여 다시 올라탔다.
이번에는 내려오면서 얼굴을 익힌 엘리베이터 안내양, 아니 안내아줌마와 눈을 맞추었다. 보통의 엘리베이터라면 숫자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연두색 카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것이 눈에 띄어서, 나는 그것이 무슨 카드들이냐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그건 주민들의 엘리베이터 승차권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언덕 위에 살고 있는 주민들 중에는 시내로 출퇴근하거나 볼일 보러 나갈 때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들의 승차 카드를 비치해 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와 다리만 건너면 바로 도심으로 이어지니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두리 힐의 이 엘리베이터는, 여행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관광용으로는 너무 소박하고 구식이고 평범해서 다소 실망스럽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언덕 위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실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교통수단인 셈이다. 이 엘리베이터 덕택에 언덕 위에 사는 주민들은 언덕과 그 아래쪽 다리 앞 도로를 이어주는 191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