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가 선물인듯 남기고 간 매실밭정명희
나는 형과 함께 농에서 이불이란 이불은 다 꺼내놓고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뛰어내리기 놀이를 하고 있는 둘째를 가리켰다.
"○○이가 매실을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다 먹을 자신 있으면 50kg 가져가거라."
그런데 오빠가 그날 딴 매실 중 조합에 보내고 남은 매실을 몽땅 가져가라며 65kg인데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오빠, 담는 김에 왕창 담지 뭐. 그래, 다 넣어 줘."
나는 매실 65kg이 얼마나 되는지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나중에 집에 와서 매실을 수레에 실으려고 트렁크를 열어보니 어머나, 세 자루나 되었다. 저걸 어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역시 65kg은 무리야. 그래서 25kg은 뚝딱 떼어서 동네에 팔고 한 40kg만 담자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동네 몇몇 아줌마들에게 얘기하자 대부분 이미 매실 엑기스를 담갔다는 것이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날짜가 좀 지나긴 지난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내가 다 담그기로 하였다.
일단 매실을 한 소쿠리씩 씻어서 흐르는 물기를 뺀 다음 신문지에 펴 널었다. 그리고 선풍기를 틀었다. 65kg을 하루에 다 담자면 부지런히 씻어서 말려야 될 것 같아서였다. 매실 엑기스를 담글 통은 가지고 있는 유리병들은 용량이 적어서 그릇 집에 가서 한 통에 10kg은 무난히 들어가는 견고한 플라스틱통을 여러 개 사왔다.
설탕 또한 65kg을 담자면 65kg이 필요한데 설탕 65kg을 마트에서 사오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해서 우선 30kg만 사왔다. 1차로 넣고 난 다음 설탕이 다 녹아내리면 다시 한번 더 붓기로 하였다. 설탕 15kg짜리 두 포대를 수레에 싣고 끙끙대며 밀고 오니 아파트 상가의 아줌마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일을 벌여도 너무 크게 벌인 것 같았다. 그러나 되물릴 수 없기에 씩씩하게 수행하기로 하였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매실 엑기스 담그는 일이 신이 났는지 자신들도 일조를 하겠다며 들썩거렸다.
"그러면, 통을 하나씩 줄 테니 신문지에 널려 있는 매실을 통 가득 담아 줘."
"알았어, 엄마. 그런데 매실 담그는 것 너무 재미있다."
"재미있나? 엄마는 지금 너무 많은 양을 담그게 되어서 긴장된다."
아이들과 함께 매실을 플라스틱 통에다 다 담으니 여섯 통이었다. 그 다음은 설탕을 부을 차례였다. 설탕 포대를 뜯어서 매실이 가득 든 통들에 설탕을 부었다. 아이들에게도 손잡이 달린 컵 하나씩 쥐어주고 설탕을 부어 보라 하니 룰루랄라 신나 하였다.
매실과 매실 사이를 설탕이 자르르 흘러서 안착하였다. 그 모양을 보니 하루 온종일 매실에 매달린 피로가 씻은 듯이 갔다. 또 다 담아서 통에다 넣고 보니 65kg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달랑 5kg, 10kg씩 담는 이웃들이 적게 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