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령 우체통조태용
행사가 있음을 알리는 행사 안내문, 초청장, 부고, 청첩장이나 각종 고지서들과 보냈다는 내용증명이 필요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편지는 자주 쓰지 않는 통신수단이 되었습니다.
거리에서도 우체국 앞이 아니면 보기 드문 우체통을 산 위에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해발 14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우체통을 만난다면 말입니다.
그 우체통은 이미 꽤 유명합니다. 바로 지리산 벽소령 우체통입니다.
저 역시 이 우체통을 몇 년 전에 보았습니다. 지리산을 거의 매년 종주했던 저는 벽소령을 지날 때마다 그 붉은 우체통이 주는 '포근함' 때문에 눈여겨 보곤 했기 때문입니다.
벽소령 대피소(해발 1400m •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에 우체통이 생긴 것은 2001년 7월 2일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전입니다. 우체통에 담긴 사연은 교대 근무를 하는 대피소 직원들에 의해 산 밑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벽소령의 빨간 우체통은 벽소령을 지나는 등산객들을 유혹합니다. 유혹의 근원은 아마도 '편지'에 대한 '추억'일 것입니다.
성장과 경쟁이 최고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타자(他者)를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빨라야 합니다. 그런 요즘 사람들에게 종이에 직접 써야 하는 불편함과 느려 터진 편지의 속도는 '경쟁력 없음' 그 자체입니다.
보내고 답장을 받는데 일주일은 족히 걸리는 느린 편지를 누가 사용하겠습니까?
보내는 순간 이미 도착해버리는 메일이 있는데 말입니다. 속도와 시간은 곧 경쟁력이고 돈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