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심히'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내게 아주 귀하고 소중한 것을 선물한 <세계시민기자포럼>을 마치며

등록 2005.06.27 10:56수정 2005.06.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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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쨍쨍한 한낮의 열기보다 비 오기 전 눅눅한 후텁지근함이 몸을 칭칭 감는 일요일(26일). 구슬땀을 뚝뚝 떨구며 베란다며 목욕탕이며 꼭 무언가에 화풀이하는 사람마냥 집안 청소를 해댔습니다.


이틀간의 나들이가 제겐 꽤 부담이 되었던지 몸은 물 먹은 솜 마냥 천근만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걸신들린 사람마냥 집안청소를 해댄 건 그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의욕 때문이었습니다. 청소를 하는 내내 머릿속으로 맴도는 한 마디는 '열심히, 열심히'였습니다.

'세계시민기자포럼'을 개최한다는 공지를 본 순간, 저와 하등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모임도 아니고 세계 각국에서 100여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참여한다고 하는데 저 같은 시골 '아지매'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는 게 세계시민기자포럼을 처음 대하는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래도 뭔가 배울 게 있을 텐데, 이 기회에 조금 더 내 눈높이를 올릴 수도 있을 텐데…' 하는 또 다른 기대로 하루에도 몇 번씩 기자게시판에 걸려 있는 세계시민기자포럼 공고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오마이뉴스>는 제게 멍석을 깔아 주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 그렇게 참가 결정을 해놓고도 저는 며칠 밤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설렘과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설렘이란 건 눈을 뜨면서부터 안부 인사를 나누는 <오마이뉴스> 화면 속 시민기자들과 첫 대면을 한다는 것. 나를 울게도 만들고 웃게도 만들고 또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깨우쳐 주기도 했던 수많은 시민기자들을 가까이서 보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들뜬 기대는 마치 학창 시절, 얼굴도 모른 채 오래 펜팔을 하던 친구와 만남을 약속했을 때와 꼭 같은 그런 설렘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이란 건 세계시민기자들과의 만남 때문이었습니다. 제 쪽지함엔 가끔 영어로 된 쪽지가 한 통씩 도착해 저를 당황시킬 때가 있습니다. 그걸 해석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영어사전과 씨름을 해야 하며 결국엔 주먹구구식으로 짜맞추기식 해석을 합니다. 단문의 영어 문장 하나를 가지고도 그렇게 쩔쩔매는데 외국인과의 대면은 당연히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참가했던 이틀간의 세계시민기자포럼은 제게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선물했습니다. 바로 '열심히'라는 단 세 글자였습니다. 이미 이름으로 화면에서 낯이 익은 시민기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설렘은 생각보다 큰 감동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서로의 목에 걸려 있는 이름을 확인하고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인사하고 그저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인데 마치 오래 사귄 듯한 친근함을 금방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썼던 기사들과 또 그 기사의 이면에 얽힌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받다보니 어색함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더불어 서로 통성명하는 시민기자들이 많아질수록 그 숫자와 비례하는 감동들이 저를 자꾸만 고개 숙이게 하였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열정적인 기자정신이었습니다.

기사 하나를 작성하기 위하여 그들이 기울였던 노력들은 저로서는 감히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습니다. 보다 더 정확한 기사를 위하여, 또 그 기사를 읽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보다 더 유익한 정보를 주기 위하여 끊임없이 관련 기관에 문의를 하고 또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었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럼에도 그네들의 기사가 그저 잉걸에 머물지라도 독자들에게 읽혀진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그 말을 정말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여 최선을 다해 쓴 기사 하나 하나에 깃들어 있는 그들의 자부심이란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해 보였습니다. 특히나 자신들의 본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 한 꼭지의 기사를 쓰기 위해 그들이 기울였던 열정은 저로 하여금 깊은 반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한 꼭지의 기사를 쓰기 위하여 어떤 정성을 기울였을까. 나는 내가 쓴 기사들에 얼 만큼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투철한 기자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과연 <오마이뉴스>의 진정한 시민기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저는 그들에게서 투철한 기자정신을 배웠고 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네들 스스로의 치열함을 배웠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내내 저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자. 무엇이든 열심히 하자'라고.

한편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그들을 마주 대하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안녕하세요? 00에서온 000라고 합니다'라고 더듬거리며 우리말로 먼저 인사를 건넸고, 더러는 간단한 한국말을 적은 작은 메모장까지 준비하였습니다. 또 더러는 손짓 발짓 하며 대화를 하려 노력했습니다. 거기에 많은 통역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해주어 외국인과의 소통엔 그다지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게 있어 하나 놀라운 일은 마침 이번 주말에 제 기사가 두 개나 실려 있어 그들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다음 날, 통역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빌려 그 기사를 다 읽어 봤다고 했을 때, 그 열성이 저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포럼기간 내내 외국시민기자들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임했습니다. 열심히 듣고 끊임없이 적고 수시로 질문하고, 또 잠깐의 휴식 시간엔 손수 커피를 만들어 건네주며 한국 시민기자들과의 얼굴 익히기에 매우 분주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참 부지런하고 친절하고 매사에 정말 열심이었습니다.

하여 이번에 저는 한국 시민기자들이나 외국시민기자들이 뭔가에 참 열심히들 임하는 것을 눈 아프게 볼 수 있었고 그들이 한 꼭지의 기사를 쓰기 위하여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를 귀 아프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집 벽 한쪽에는 이번 세계시민기자포럼 내내 제 목에 걸려 있던 제 명찰이 걸려 있습니다. 그리고 제 가방에는 <오마이뉴스> 기자수첩이 들어 있습니다.

이틀동안 내 목에 걸려 있던 명찰.
이틀동안 내 목에 걸려 있던 명찰.김정혜

앞으로 투철한 기자정신을 무시로 일깨워 줄 기자수첩
앞으로 투철한 기자정신을 무시로 일깨워 줄 기자수첩김정혜
아마도 그것들은 앞으로 시민기자로서의 제 생활에 무시로 매서운 채찍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깨달은 '열심히'란 세 글자는 제 삶의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고 무엇이든지 열성을 다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저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늘 전화로만 인사를 건넸던 편집부 기자들과의 만남도 즐거웠습니다. 행사기간 내내 몇 안 되는 인원들이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하여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면서도 시민기자들과 인사를 나눌 때 그 기자가 쓴 기사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억해주며 손을 맞잡아 주는 모습이라든지 뭔가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펴가며 작은 것 하나라도 도와주려 애쓰는 모습에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세계시민기자포럼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행사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부턴 그 행사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감동과 흥분들을 오래오래 잊지 않고 제 것으로 만들고 또 실천하는 일만이 남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눈 아프게 보고 귀 아프게 들었던 많은 시민기자들의 그 열정을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건 바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껜 자식으로서 남편에겐 아내로서 딸아이에겐 엄마로서 그리고 제가 사는 시골마을에선 좋은 이웃으로서 또 <오마이뉴스>에선 부끄럽지 않은 시민기자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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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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