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사금파리 부여잡고 2부 98

끝나지 않은 싸움

등록 2005.06.27 17:03수정 2005.06.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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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신은 창을 빼내려 힘을 썼지만 한손으로면 창대를 잡은 최효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종신이 뒤로 몸을 재끼며 용을 쓰자 최효일은 창대를 놓아버렸고, 이종신은 뒤로 벌렁 나가자빠지며 사람들의 부축을 받았다. 부하들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고 생각한 이종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뭣들 하느냐! 저 놈을 잡아라!"


이종신은 악을 쓰며 펄펄 뛰었지만 최효일의 앞에 가는 장판수가 두려워 누구 하나 앞장서 덤벼드는 이가 없었다. 보다 못한 제장들은 오히려 이종신을 말렸다.

"병마사께서 뭐라고 하던 우리는 어차피 함부로 몸을 움직여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괜히 저런 이들을 건드려 무엇이 이득이겠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종신의 고함소리를 뒤로하고 장판수와 최효일은 아무 일 없이 진지로 돌아왔다. 다음날이 되자 남아있는 병사들과 고향을 향해 떠나는 병사들이 뒤섞여 진중은 마치 장터를 방불케 했다.

"글쎄 이제 와서 여기 있으면 뭐하겠어?"
"허! 이 사람 뭘 모르는 소리하네! 오랑캐놈들이 여기 죽치고 앉아 설치고 다니는 데 고향으로 내려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장판수와 차예랑, 최효일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하려 했지만 그 전에 도통 남병사 서우신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갔습네다. 병마사쯤 되면 병사들을 다 잡아 놓고 한 번에 진군할 수도 있는 건데 지금 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니 답답합네다. 대체 전란 중에는 어찌 가만히 있었단 말입네까?"


이러한 장판수의 의문에 진중에 오래 있었던 최효일의 대답은 마치 병마사 서우신을 애써 변명해 주는 것 같이만 들렸다.

"삼남에서 시일을 두고 사람들을 모집해 병력은 많지만 먼저 올라온 근왕병들이 패하는 바람에 합세할 시기를 놓친데다가 보급도 여의치 않았네. 겨우 병력을 끌고 올라오니 도원수가 전령을 보내어 남북으로 협공할 시기를 조율하자고 했고 얼마 있지 않아 조정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걸세. 그러니 병마사가 어쩔 수 있었겠나."

"그래도 이해할 수 없습네다. 내래 말한 바 있지만 전라병사 김준룡과 돌아가신 평안감사 홍명구 나으리는 협공을 하자는 제의를 거부당하기도 했고 이보다 훨씬 못한 병력으로 오랑캐와 싸우지 않았습네까?"

최효일로서는 그러한 의문에 대답을 줄 수 없었기에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옆에서 듣던 차예랑이 자신의 허벅지를 탁 치더니 언성을 높였다.

"도원수 김자점이란 자가 정녕 역적이 아닌가! 명색이 도원수라는 자가 제대로 싸워보기를 했는가!"
"그렇기에 조정에서 엄벌을 내린다고 하는 소문이 있으니 두고 볼 일이네."

최효일은 마치 자신이 김자점의 끄나풀이라도 된 듯해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장판수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누가 일을 꾸몄던 간에 조정은 오랑캐들에게 항복했고 오랑캐들은 백성들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고 있습네다! 지금 우리가 할일은 혼란스런 병사들을 다잡아서 이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것입네다! 이종신이가 방해를 놓건 김자점이가 방해를 놓건 간에 말입네다!"

피가 끓는 장판수의 말에 차예랑과 최효일은 각오를 다잡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는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조정이라도 말입네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오랑캐들에게 엎드려 절하며 목숨을 구걸한 조정의 명을 어기지 않으면 안됩네다!"

최효일이 그 말에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그렇게 하면 역적취급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역적이라! 큿!"

장판수는 코웃음을 쳤다.

"내래 무식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압네다. 백성 없는 조정이 있습네까? 백성을 무시하는 조정이 역적이면 역적이지 죽어가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 바치는 우리는 결코 역적이 아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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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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