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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이었지만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바깥은 어디나 진한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시간은 밤 9시 11분 16초. 그리고 또 하나의 시간은 12분 9초. 그 사이의 시간을 빠짐없이 알뜰히 재어보아야 채 1분도 안되는 시간이다. 7초의 시간을 더 얹어야 겨우 1분의 충만함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충만함을 입에 올리기엔 사실 1분은 너무 짧다.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카메라를 갖고 있던 나는 그 짧은 시간에 무려 16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는 내가 정지시킨 그 시간 속에서 이제 그녀의 표정에 머문다.
결혼하고 몇 년 살다보면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 대해 알 것 모를 것 다 알게 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다 안다는 그 느낌은 흔히 무료함을 부른다. 무료하면 이제 우리는 그녀에게 머물려 하지 않는다. 무료하지 않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알고 보면 무료함이란 결국 그녀에게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그녀가 흘린 표정에 머물며 무료함이란 결국 둔감해진 시선으로 스스로가 키우는 것이란 생각 앞에 서게 된다. 벌써 몇 번째, 그녀의 표정을 들추고 머물 때마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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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정말 맛있다. 뭐, 내가 맛있게 먹는데 네 귀엔 먹는대로 살로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이게 정말 묵맛 떨구고 있네.(우리는 강화의 한 식당에 있었고 그녀는 묵밥을 먹고 있었다.)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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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잇, 메롱 방패다. 그런다고 내가 못 먹을 줄 아냐.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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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나는 음식이 맛있으면 감격스럽기까지 해.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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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따로 없어. 음식이 예술이야.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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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몸무게 얘기하지 마. 수면제가 따로 없어. 나는 그런 얘기만 들으면 저절로 졸리더라.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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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다른 거 하나 더 시켜도 된다고. 정말?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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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좀 자제를 해야지. 평상심을 되찾아야 하느니라.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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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야. 더 이상은 안 먹는다.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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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마무리로 물 한 잔은 해야지.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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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물에다 내가 내 사랑 녹여놓았는데.
오잉!! ⓒ 김동원
덧붙이는 글 | 그녀는 나의 아내이다. 결혼하여 15년 넘게 함께 살고 있다.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107에 함께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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