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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들의 나눔의 행진, 재난이 닥치면 그들은 더욱더 사회적으로 변한다. ⓒ 한석종
행진! 행진! 사람들의 행진이나 동물들의 행진 대열을 바라보면 순간 전율이 흐르며 역동성이 느껴진다. 유치원생들의 봄소풍 행진 대열에서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다락논둑의 선형처럼 자연스런 질서가 느껴지고, 군인들의 절제된 행진 속에서는 바둑판처럼 인공적 질서가 느껴진다.
유치원생의 행진이나 군기 충만한 군인들의 잘 절제된 행진, 결의에 찬 운동선수들의 행진 등 모든 행진에는 어떤 뚜렷한 목표의식이 느껴지며 그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 속에 미래의 비전이 엿보인다.
오늘 아침(6월 29일)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루바닥에 암갈색 띠를 이루며 꿈틀거리는 장면이 무심결에 내 눈에 밟혔다. 호기심에 무릎을 구부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좁쌀만한 개미들이 장사진의 행렬을 이루고서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행진대열은 너댓 줄을 이루었고 두세 줄은 앞으로 향하고 다른 줄은 무언가 하나씩을 물고 돌아나와 꼬리에 꼬리를 따라 고속도로상의 자동차 행렬처럼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 개미들의 행진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개미들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일까? 이런 호기심을 품고 개미들의 대열을 따라 가 보았다. 개미의 대열 맨 앞에는 빵 한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빵 조각위로 수백 마리 개미들이 기어올라 빵조각을 잘게 부수고 있었고 또 다른 개미들은 잘게 부순 조각들을 하나씩 물고 보금자리로 분주하게 나르고 있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된다고 한다. 일기예보보다 훨씬 더 앞서 이런 기후변화를 예감한 개미들은 장마철 식량보급에 노심초사하고 있을 즈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빵 한조각을 발견하고 만 백성들의 개미들을 총 동원하여 어젯밤 내내 빵 부스러기를 운반하였고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개미들이 집단으로 협동하며 천재지변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끝없는 그들의 행진을 지켜보면서 개미들이 우리 인간들보다 훨씬 더 사회적인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이나 해일, 전쟁같은 재난의 징후가 보이면 우리 인간은 슈퍼로 달려가 쌀, 라면 등의 생활 필수품을 사재기부터 한다. 이러한 재난이 닥칠수록 우리 인간은 더욱 더 비사회적으로 변해 가는데, 개미를 비롯한 동물들은 이러한 재난에 평시보다 더 사회적으로 변한다.
이 개미들의 행진을 유심히 지켜보다 갑자기 지난 과거의 부끄러운 일들이 거대한 해일로 나를 덮쳐온다. 학창시절, 군대에서, 직장에서 어려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나 혼자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비사회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였던가! 개미들의 나눔의 행렬이 나를 일깨운다.
요즈음 하룻밤 사이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전인권씨가 부른 <행진>이 입가에 맨 돈다. 이 노래에는 개미들의 행진처럼 역동성이 느껴지며 매번 내 근육을 꿈틀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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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 조각을 잘게 부수는 개미, 협동과 분업을 그들은 이미 수행하고 있었다. ⓒ 한석종
우리 다함께
행진, 행진, 하는거야!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나의 과거는 힘이 들었지만,
그러나 나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행진(행진) 행진(행진) 행진(행진) 하는 거야
행진(행진) 행진(행진) 행진(행진) 하는 거야
나의 미래는 항상 밝을 수는 없겠지.
나의 미래는 때로는 힘이 들겠지.
그러나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 거야.
행진 행진 행진 하는 거야
행진 행진 행진 하는 거야.
난 노래 할 거야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행진(앞으로), 행진(앞으로), 행진하는거야 (우리꿈은)
행진(앞으로), 행진(앞으로), 행진하는거야 (우리꿈은)
행진, 행진, 행진 하는거야
행진, 행진, 행진 하는거야
-<행진>, 전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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