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수
연탄은 가스불에 비해 연기가 더 많이 나지만,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돼지곱창을 바라보며 동료와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 세상에 그처럼 맛있고 행복한 순간도 없다. 문현동 돼지곱창골목이 생긴 지 벌써 40여 년을 훌쩍 넘었다. 지금은 문현동 파출소를 부근으로 해서 12개 가량의 업소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문현동 곱창골목은 여기저기서 소개도 많이 되었다. 영화 <친구>의 촬영 장소로 소개되면서 한동안은 곱창 열풍이 불었을 정도다.
돼지곱창은 돼지의 대창과 애기보, 간, 염통 같은 내장에 매운 양념을 더해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내는 음식이다. 돼지곱창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연히 드러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이유는 그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소문난 돼지곱창집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돼지 내장을 흐르는 물에 씻고 지방을 떼어내 소금물에 씻고 소주를 뿌려도 돼지 특유의 누린내는 어지간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돼지곱창은 그 맛으로 먹는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돼지곱창은 연탄불에 구워야 제 맛이 난다. 한때는 가스불이나 숯불 등에 굽는 집들도 많았지만, 맛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손님들의 성화에, 지금도 이름 있는 업소들은 대부분 연탄불을 사용한다.
돼지곱창은 처음엔 흐물흐물하다. 곱창을 주문하면 우선 주방에서 한 번 애벌로 구워낸다. 양념을 바르지 않은 곱창을 철판 위에서 살짝 익힌 다음, 손님 앞에 놓인 철판 위에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비벼 올려 놓는다. 돼지곱창은 총 세 번을 굽는다.
한 번은 손님 앞에 오기 전에 애벌로, 그리고 올려진 것을 일단 한 번 익히고, 거의 다 익어갈 때쯤 곱창과 함께 주는 양념을 듬뿍 발라서 다시 한 번 더 익히는 것이다. 이렇게 세 번 익히고 나면 흐물흐물하던 곱창은 어느 새 쫄깃하고 씹는 맛이 일품인 요리로 바뀌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