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익은 밀가루가 잘 어우러진 감자범벅김정혜
감자의 보송보송한 분이 아주 감칠맛 날 것 같았다. 그냥 감자만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에 들린 주걱은 가차 없이 감자를 으깨고 있었고, 밀가루 떡과 무지막지하게 섞어 버렸다.
옛날, 어머니께서 한 그릇 담아 주신 감자범벅을 난 늘 분이 보송보송한 감자만을 골라 먹다 혼이 나곤 했다. 결국 골라내놓은 밀가루 떡은 언제나 어머니 차지였다. 어쩌면 어머니께서는 그걸로 허기를 채우신 건 아니었을까.
어머니는 해마다 햇감자가 지천인 이때쯤 늘 감자범벅을 하셨다. 질리지도 않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빙그레 웃으셨다. 어머니의 그 웃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추억을 즐기시는 건 아닌 듯싶다. 추억이라고 하기엔, 또 새삼 들추어 즐기는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슴 아픈 추억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그 옛날 그때처럼 한 끼 허기를 채우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