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한 매마리(무 종자용) 더미와 산골 풍경추연만
아버님 생신이라 네 식구는 아침 일찍 서둘러 고향마을로 향한다. 일요일과 겹쳐 아이들도 할아버지 집에 가는 것이 신났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두 딸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곤 한다. 비가 와 새벽공기가 상큼하다. 찻길을 따라 눈에 들어오는 새벽풍경은 환상적이라 표현할 만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피어오르는 듯 산허리를 휘감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두 딸은 어느새 차창 밖을 응시하며 셔터 누르는 손놀림이 빠르게 움직인다.
정구지(부추)로 전을 부치던 어머님은 고향마을에 도착한 두 손주를 보자마자 “어이구 내 새끼들” 하며 와락 안으신다. 두 달만에 본 손주들을 끌어안은 채 “많이 컸구나!”를 연발하시며 정구지 전을 내놓으신다. 비오는 날 먹는 정구지 맛은 가히 일품이다. 풋고추와 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두툼한 정구지 전은 부치는 즉시 금방 먹게 돼, 어머님은 계속 수고를 하신다.
가뭄 끝에 내린 비는 밭농사가 많은 산골에 생명의 기운을 더욱 솟구치게 하는 모양이다. 고추. 땅콩, 참깨의 잎에는 푸른 생기가 감돌고 꽃들도 물이 올라 아름다움을 더욱 뽐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