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밭 걸으며 차 이야기 듣는다

초록에 젖어있는 '설록차뮤지엄오설록'

등록 2005.07.06 16:22수정 2005.07.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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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임
초록이 길을 안내하는 녹차밭

7월의 장맛비는 도심 구석구석의 묵은 때를 벗겼다. 그동안 찜통더위로 밤잠을 설쳤던 생각을 하면 장맛비는 말 그대로 단비였다. 단비 끝에 얼굴을 내민 들판의 모습이 온통 초록으로 깔려 있다.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리. 서광리 마을에 접어들면 향긋한 초록냄새가 길을 안내한다. 야트막한 농촌의 풍경 한가운데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 초록이 익어가는 대지는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난다. 잠시 녹차 밭에서 발걸음을 멈춰본다. 평행선을 이루며 달리고 있는 전봇대 사이로 녹차 밭이 펼쳐진다. 차 잎 한 잎을 따서 씹어보니 짙은 차향이 머리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간다. 어찌 보면 자연과 가장 밀접한 것이 차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 서먹서먹한 관계, 그리고 윗사람, 아랫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차였던 것 같다. 그래서 차향은 이렇게도 짙은 걸까? 7월의 녹차 밭은 새잎이 모두 성숙해져 있었다. 성숙해진 녹차 잎의 푸름에 취해 녹차 밭 사이 길을 걸어본다. 쏟아지는 햇빛이 조금은 얄밉다.

녹차 송편을 보니 어머니 손맛이 그리워져

김강임
설록차 박물관으로 들어가 봤다. 파란잔디가 유난히 아름다운 녹차박물관 앞의 풍경이 마치 푸른 초원 같다. 계단 서너 개를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방금 걸었던 녹차 밭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온 천지가 초록 세상이다.

김강임
녹차 박물관에서 만난 녹차 송편은 먹음직스럽게 전시돼 있다. 꼭 추석날 저녁 어머니가 빚어 주셨던 쑥 송편 같다. 녹차송편을 보니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진다. 한입 배어먹고 싶은 충동이다.

김강임
차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 들으며

박물관 한켠에 전시된 청자상감국화무늬탁잔이 오가는 이에게 고고함을 자랑한다. 5천년이란 인류 역사를 같이한 차. 녹차 박물관에서는 기원전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차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 유배시절 차와 관련한 선인들의 이야기를 듣노라하면 차의 진한 맛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것 같다.


김강임
진열장 속에는 세계 각국의 찻잔이 각기 다른 모양이로 선보인다. 그 나라의 문화의 물질문명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찻잔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소곤거리며 무슨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 같다.

커피 마니아인 나는 어쩌다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녹차를 대접하게 될 때면 겁부터 먹게 된다. 우선 정숙한 분위기와 예절이 뒤 따르는 녹차 문화, 천방지축인 내 성격은 다소곳이 앉아 녹차 잔에 차를 대접해야 하는 예절에 진땀을 뺄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 녹차 박물관의 기행은 나에게 떠 다른 의미를 주는 것 같다.


김강임
사람들의 식성이 다르듯이 각 나라마다 기호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 차. 차는 채엽 시기와 발효 정도, 형태, 품종, 그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한국차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차등 여러 나라의 차들이 진열돼 있었다.

김강임
전시관 한가운데 놓여 있는 조선시대 유기솥. 지름만 해도 83Cm나 되는 이 유기솥은 황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차 만드는 공정에 따라 차 잎을 따서 수증기에 쪄서 만든 증제차와 가마솥에서 덖는 덖음차로 나누어진다. 조선시대 어느 사찰에서 쓰던 것으로 전해 내려진 유기솥은 덖음차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김강임
차와 인연 맺은 다산(茶山)의 이야기

특히 다산(茶山) 정약용과 차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기록은 흥미로웠다. 전시관 자료에 의하면 정약용은 전남 강진 유배생활 중 백련사 아암 혜장을 만나면서 차와 밀접한 인연을 맺어 오다가 그의 귀양살이 거처를 백련사와 이웃한 귤동 마을로 옮기면서 그때부터 호를 다산(茶山)이라 했다 한다. 그만큼 차와의 깊은 인연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차 이야기를 마음에 담으면 전시관을 둘러보니 목이 마르다. 차 박물관의 다점에 들려 녹차 한잔을 주문했다. 내 옆 테이블에는 녹차 아이스크림 먹는 어린애가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빨아 먹는다. 입안의 알싸함과 시원함이 내 가슴까지 전달되는 순간이다.

김강임
차 박물관 끄트머리에서 만난 연잎3인기 찻잔은 마치 마스코트처럼 귀엽고 작았다. 어쩜 저리도 작은 찻잔이 있을까? 그 작은 찻잔에서 풍기는 여유와 따뜻함, 그리고 녹차 밭의 초록에 나는 빠져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 12번 도로- 안덕으로 1시간정도 소요. 중문출발- 12번 해안일주도로를 이용 -> 창천삼거리에서 우회전 -> 상창교차로에서 좌회전 -> 서광 동리 사거리에서 직진 -> 서광서리 삼거리에서 우회전 (분재예술원 가는 길을 따라 전진) -> 서광 승마장을 지나 오'설록(20분 소요) [공항출발] 95번 서부산업도로를 이용 -> 동광, 대정방향으로 직진 -> 동광표지판을 따라 좌회전 -> 오’설록(50분 소요)
 
주변 관광지 : 소인국테마파크, 분재예술원, 추사적거지.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 12번 도로- 안덕으로 1시간정도 소요. 중문출발- 12번 해안일주도로를 이용 -> 창천삼거리에서 우회전 -> 상창교차로에서 좌회전 -> 서광 동리 사거리에서 직진 -> 서광서리 삼거리에서 우회전 (분재예술원 가는 길을 따라 전진) -> 서광 승마장을 지나 오'설록(20분 소요) [공항출발] 95번 서부산업도로를 이용 -> 동광, 대정방향으로 직진 -> 동광표지판을 따라 좌회전 -> 오’설록(50분 소요)
 
주변 관광지 : 소인국테마파크, 분재예술원, 추사적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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