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확장 막으려 평택 누볐다!"

평택대책위 도보순례단, 이틀 동안 50여km...시민 호응

등록 2005.07.07 08:56수정 2005.07.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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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도보순례단이 팽성읍 대추리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 김용한

6일 저녁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 도보순례단(단장 이은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이 50여km를 걸은 뒤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틀 동안의 평택지역 도보 순례를 마무리했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와 평택민주노동자회, 민주노총평택안성지구협의회, 평화바람 등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민주노동당평택시위원회 소속 당원들로 구성된 순례단은 5일 낮 1시 평택역 광장을 출발한 뒤, 송탄공단과 송탄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송탄 미군기지에 붙어 있는 한국공군작전사령부 앞 노상에서 저녁식사를 배달시켜 먹은 뒤, 고덕면 당현리, 서탄면 장등리, 금각리를 지나 황구지리로 들어가 신용조씨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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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순례단이 팽성읍 원정리 입구로 들어서, 전경들이 진치고 있는 곳을 지나고 있다. ⓒ 김용한

순례단은 6일 아침 일찍 금각리에 전국의 평화운동가들이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3년 전에 한 평씩 사서 등기까지 마친 605평 평화의 논으로 가, 강풍에 거의 다 쓰러져 버린 '평화의 논' 간판을 일으켜 세운 뒤, 궁안교와 오성면 숙성리를 거쳐 안중읍으로 들어갔다.

롯데제과와 쌍용자동차에서 야근을 마치고 함께 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특히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복기성씨는 야근을 마친 뒤 밀린 잠을 뒤로 하고, 아내 전은숙씨와 함께 궁안교부터 함께 걷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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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마침 겹친 안중 장날을 이용해 시장으로 통하는 안중 공원에서 장보러 온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위한 약식 집회를 열기도 했는데, 허은좌 민주노동당 평택시위원회 부위원장과 이근랑 전농 경기도연맹 부의장, 이선화 청년21 사무국장 등도 순례단에 합세하였다.

터미널 앞에 트럭을 세워 놓고 수박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더운데 고생들이 많다"며 "나도 미군기지는 결사반대한다"며 즉석에서 수박을 쪼개 나눠주기도 했으며, 안세치과 이상훈 원장은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고 죄송하다"며 순례단 전원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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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침. 도보순례단이 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해 평화운동가들이 사 놓은 605평 '평화의 논' 입간판을 고쳐세우고 있다. ⓒ 김용한

순례단은 오후에 다시 걷기 시작해 오성면 당거리와 팽성대교를 지나, 팽성읍 원정리, 동창리, 내리를 거쳐 경기지역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대추리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이 집회에서 순례단 일행과 함께 연단에 오른 이은우 단장은 "푸르게 푸르게 벼가 자라고 있는 들판을 보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는 대추리 도두리 어머님, 아버님들을 생각했고, 그래서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해야겠다는 마음을 더욱 더 다지게 됐다"고 연설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도보순례단은 노동자 집회가 끝난 뒤 평택역까지 마지막 행진에 나섰고, "미군기지확장저지를 위한 평택역전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것으로, 장장 50여km를 걸은 이틀 동안의 도보 순례를 마쳤다.

"생명 살아 숨쉬는 저 들판, 미군기지 절대 안돼!"
[인터뷰]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 도보순례단 이은우 단장

▲ 미군기지확장반대평택대책위 도보순례단 이은우 단장
ⓒ김용한 기자
- 이틀 동안 50여km를 걸었다. 목도 많이 쉬었던데, 피곤하지 않나?
"차가 많이 다니는 시내를 지날 때는 먼지, 소음, 아스팔트 열기, 이런 것 때문에 상당히 피곤했지만, 평택의 드넓은 들판을 지날 때는 벼가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생명을 느낄 수 있어서 땀을 흘리는 게 오히려 참 좋았다."

- 어떻게 해서 이런 도보 순례를 기획하게 됐나?
"7월 10일은 계속 다가오는데, 평택에서는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미군기지가 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뭔가 우리가 참회하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땀흘리며 걷는 것이 의미 있겠다 싶었다. 이런 참회를 통해 우리 스스로 새롭게 다짐하고, 평택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참여의 기회를 호소하고 싶었다."

- 이틀 동안 특별히 기억 나는 일이 있다면?
"시민들이 차를 타고 우리를 지나치시다가 가볍게 경적을 울리며 반가움을 표시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거기다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신 분, 식사를 대접해 주신 분, 잠자리를 제공해 주신 분 등 고마운 분들이 많았다.

물론 때로는 우리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일부러 차를 과속으로 몰며 순례단 행렬에 바짝 다가와 기분 나쁘게 경적을 울리며 빠져나간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반갑게 대해 주셨다.

특히 야근을 하고 잠을 안 잔 채 순례단에 참여한 분들과 9살짜리 강윤수 어린이가 엄마, 아빠랑 함께 참여한 것, 경기지역 노동자대회 행사 도중 순례단의 활동 보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잊을 수 없다."

- 평택 지역의 정치권과 지식인, 종교인 등 이른바 여론 주도층에게 한 마디 한다면?
"그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미군기지는 평택 경제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군기지가 평택에 오는 것은 한미 두 나라 정부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지역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평택 시민들이 좀더 잘하면 미군기지는 분명히 막을 수 있다. 팔팔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저 들판을 보라! 저기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명이 자라야지, 파괴와 전쟁의 중심 역할을 하는 미군기지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 끝으로 7월 10일 평화 대행진을 대중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평택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한다면?
"다들 생업에 바쁘신 줄 알지만, 7월 10일 하루만큼은 가족과 함께, 친지들과 함께, 손에 손을 잡고, 팽성 대추리로 꼭 와 주셨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참여를 통해 시작되는 것이고 참여를 통해 마무리되는 것이다. 참여하지 않는 시민은 주인이 아니라, 노예일 뿐이다." / 김용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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