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55.6%, 3만원 월급에 군대 가겠다?

'여성과 국방의 의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하여

등록 2005.07.07 16:54수정 2005.07.0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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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거기다 여자를 군대에 강제로 보내지 않는다고 하는 건 정말 웃겨. 여자는 뭐, 분단 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에게도 국방의 의무를 달라, 우리에게도 국방의 의무를 달라. 이렇게 우리 여성들이 외쳐야 하는 거라구. 그 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녀 평등을 이룰래야 이룰 수가 없다구. 남자들이 자기들은 군대에 갔다 왔다는 점을 들어 늘 우세한 척하고 대접을 받으려고 든단 말야."

이것은 1996~1997년에 <언어세계>에 분재하여 발표했던 나의 장편소설에서 등장인물 주아가 주인공인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녀는 국방의 의무는 여성에게도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직업군인의 길을 택하여 공수특전사에 들어갔으나 낙하훈련 도중 추락사하는 걸로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그녀가 죽기 전에 그녀에게서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편지를 받았던 나는 그녀가 낙하훈련 도중 자살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방의 의무 여성도 져야 하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여성이 55.6%나 되었다고 한다. <우먼타임스>가 여성주간 10주년을 맞아 취업포털 잡링크와 공동으로 대학생 및 신입구직자 등 20대 젊은이를 대상으로 '여성과 국방의 의무'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응답자 682명 중 55.6%인 379명이 "국방의 의무 여성도 져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우먼타임스> 221호 참고)

20대 남성들이 한두 번 술값에 지나지 않는 월급(이등병 3만3300원, 일등병 3만6100원, 상병 3만9900원, 병장 4만4200원)을 받고 3년 가까이 저 고생하고 있는 것을 20대 여성들이 똑같이 받겠다면 이만한 애국심에는 경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질문 자체가 너무 모호하여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되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런 조건 없이 '국방의 의무를 여성도 져야 하나?'는 질문인 만큼 추상적인 애국심으로 '그렇다'고 답변할 수도 있고, 또 취업난에 시달리게 될 대학생 및 신입구직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때 적당한 급여가 있는 줄 알고 취업 대신에 국방의 의무를 치르겠다는 답변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급 3~4만원을 받고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나?'라는 질문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한 "여성의 군복무 반대 이유는?"하는 질문에 "출산, 양육 책임" 때문이라고 가장 많은 수의 남녀가 답변했는데(36.8%), 국방의 의무에 임하는 나이는 20대 초반이 많아서 기혼자가 아닐 가능성이 많으므로 "출산, 양육 책임"은 군복무 반대 이유와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우먼타임스> 221호(http://www.iwomantimes.com 6월 28일자)에 보도된 '여성과 국방의 의무' 설문조사 결과
<우먼타임스> 221호(http://www.iwomantimes.com 6월 28일자)에 보도된 '여성과 국방의 의무' 설문조사 결과우먼타임스
그리고 의무적으로 가는 사병 복무라는 것은 사람의 나이, 능력, 됨됨이를 참고하거나 필기시험 또는 면접시험을 치러서 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신체검사만 받고 입영하는 것이므로 20대 여성들의 단순한 상상과는 부대 생활의 현실이 크게 다를 것이다.


여군 하사관이나 장교는 병과에 따라 자신의 체질과 능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원하여 어려운 관문을 뚫고 간 것이므로 무난히 부대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겠지만, 기본 신체검사만 거친 사병 의무복무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섬세한 여성이 남성보다 상하 사병들간에 더 큰 사제사고 등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성 사병 복무의 모병제 전환도 거론되고 있는 요즘인 만큼 좀더 신중성 있는 '여성과 국방의 의무'에 대한 여론조사가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평전 <배호 평전>, 생명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6부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2005년 12월 출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평전 <배호 평전>, 생명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6부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2005년 12월 출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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