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슬픔, 분노..."왜 민간인들을?"

[해외리포트] 영국민들, 런던연쇄 폭발로 망연자실

등록 2005.07.08 11:36수정 2005.07.08 18:33
0
원고료로 응원
a 런던 연쇄 폭탄 테러로 찢겨진 버스.

런던 연쇄 폭탄 테러로 찢겨진 버스. ⓒ 연합뉴스=로이터

7일(현지시각) 아침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고로 인해 영국은 공포와 충격에 잠겨 있다. 이 보도를 접한 한 영국인은 "처음에는 황당하더니, 이내 슬퍼지고, 안타깝다가, 분노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다수 영국인들은 이라크전의 문제를 떠나 수도 런던이 외부 세력에 의해 공격 받았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런던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결정으로 흥분과 기쁨에 빠져있던 영국인들은 하루만에 최악의 폭발사고를 접하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현재까지 종합된 바에 따르면 40명 사망, 700여명 부상이라고 하나 생명이 위독한 사람이 많으므로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고 폭파범들을 잡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이 펼쳐질 것(Massive hunt for London bombers)이라고 밝힌 상태다.

왜 하필 영국인가

지하철 버스 연쇄 폭발은 아프리카 구호 문제 및 새 기후 협약 등을 다루기 위해 G8 회담이 열리고 있던 영국에서 발생했다. 아직까지 이번 테러가 왜 영국에서 발생했느냐에 대한 의문은 확실히 풀리지 않고 있으나 제반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G8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7일 오후(현지시간) 사고소식을 듣고 회담장소인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으로 향했다. G8에 참여하고 있던 다른 각국 정상들은 회담은 지속하고 있으며, 한 목소리로 테러사건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게 바로 내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해 왔던 이유"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그 어떤 무리와도 타협하지 않고 계속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의 우정, 그리고 프랑스인들을 대표해서 런던 시민들의 이번 불행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테러 사건의 심각함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라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뉴욕이든 런던이든 모스크바든 어디서든 반인권적인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며 "따라서 모든 나라들은 민간인에 대한 테러가 나지 않도록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바루소 의장도 "일반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어떠한 이유로든 용인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이런 식의 무차별적 테러는 영국에 대한 테러가 아니라 문명사회 전체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한편 BBC 뉴스 인터넷 판은 블레어가 스코틀랜드로 되돌아와 다른 정상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은 올림픽 개최지 추첨식 참가를 위해 싱가폴 방문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명을 통해 "이런 비겁한 공격으로 런던 시민들이 분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위로 돌아간 영국 대테러 대비책

a 런던 연쇄폭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국시민

런던 연쇄폭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국시민 ⓒ 연합뉴스=AP

영국은 지난 2001년 9.11 사태 이후 다각도로 테러 대비책을 세워왔다. 영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이라크 파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

2002년부터는 노동당의 테러방지계획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영국내 모든 거주자들의 신분확인을 위한 영국내 ID카드(주민등록증) 계획도 단계적으로 추진되었으며, 해마다 테러방지를 위해 많은 예산을 증액시켜 왔다.

2004~2005년에는 무려 15억 파운드(한화 2.7조원)가 대테러방지책 예산으로 책정되었으며, 향후 20억 파운드 이상을 들여 테러방지를 위한 종합 계획을 실행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화학무기 피격 가능성 대비한 훈련, 시내에서 통신 두절 상태가 올 경우를 대비한 훈련, 히스로 국제공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대비한 훈련 등등 테러 발생시 조처를 위한 각종 훈련들도 런던에서 실시됐다.

위와 같은 일련의 대테러 훈련을 두고 "성과가 높다""각종 위협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됐다"는 자평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폭발사고로 그간 영국에서 준비해왔던 테러 대비책들은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금번 런던 연쇄 폭발 사고로 인해 훈련의 효과가 실제로 드러났다는 말도 들리고 있지만, 현 집권당인 노동당과 블레어 수상은 테러 방지를 위해 많은 예산을 소요하고도 이런 메가톤급 테러를 당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결국...영국에도 올게 왔다

소식을 접한 영국인들은 그동안 우려해 왔던 사항이 현실이 되었다는, 즉 올 게 왔다는 망연자실감과 더불어 당혹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두 야당 지도자들도 연쇄 폭발 사고 소식에 한 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비난하고 영국의 단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 대표는 "중요한 것은 테러리즘을 없애기 위해 나라 전체가 하나로 단결해야 하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이다"라고 발언했다. 자유민주당의 찰스 케네디 대표는 "이번 사건을 저지른 자들은 자유와 개인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들"이라 비난했다.

영국 내 유대교, 이슬람교, 성공회 등 각 종교지도자들도 각기 성명을 내고 이번 연쇄 폭발 사고를 비난했다. 한편 이라크 전쟁을 비판해왔던 노동당의 조지 갤러웨이 의원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에 대한 논란 및 그 결과가 이렇게 결국 테러라는 방식으로 런던시민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영국의 네티즌들도 자신들의 블로그에 이번 사태에 대한 당황과 분노를 고스란히 표해 내고 있다. 가장 큰 피해가 난 킹스크로스 지하철역에 당시 있었다는 조 허버트씨는 <가디언>지에 올린 글에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버렸다"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테러 소식을 들은 한 영국인 대학생은 "영국이 이라크 전이란 애매한 전쟁에 참여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그와 무관한 민간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당하는 것은 슬프고 잘못된 일"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희생자 중에는 이라크 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영국 내 테러와의 전쟁 가속화될 것"

a 런던 폭탄 테러를 다루고 있는 BBC 뉴스 인터넷판의 특별면. 좌측 큰 사진은 폭발로 엉망이 되어버린 런던 시가지 모습이다.

런던 폭탄 테러를 다루고 있는 BBC 뉴스 인터넷판의 특별면. 좌측 큰 사진은 폭발로 엉망이 되어버린 런던 시가지 모습이다.

BBC 뉴스 인터넷판은 "이번 사태로 인해 결국 영국 내 테러와의 전쟁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BBC 뉴스의 정치 전문 기자 닉 아신더는 "런던은 IRA(북아일랜드 독립운동 무장단체)들로부터 공격받기도 했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동안 ID 카드 등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된 사항으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각종 문제들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이라 말했다.

<더 타임스>는 "아직 이번 사건의 배후가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만일 알카에다가 관련되었다면 이는 새로운 국면이다"라고 논평했다. "알카에다가 인터넷을 통해 '영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입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가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이번 연쇄폭발 사건의 배후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BBC 보안 전문 기자 프랭크 가드너는 모 이슬람 웹사이트에 종전에 알려진바 없는 단체로 '유럽 지하드 알케에다 비밀 조직 단체(Secret Organisation Group of al-Qaeda of Jihad Organisation in Europe)'라고 스스로 칭한 집단이 이번 사건의 조정자라는 게시가 올라왔다고 전했다.

또한 <가디언>지는 "현재 확실한 것은 이번 연쇄 폭발 사고가 지난 스페인 마드리드의 연쇄 폭발 사고와 판박이라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영국 금융 계통 회사들이 몰려있는 리버풀 스트리트역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난번 뉴욕 9.11 사태의 축소판이란 말도 있다.

폭발 사건 직후 런던 증시는 118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도 충격과 공포가 엄습한 상황이라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아직까지 붙투명한 상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